그런 의미에서 지난 24년간의 증시 통계를 살펴보면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1980년대나 1990년대는 증시가 몇 년간 꾸준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였다. 예를 들면 1985∼1988년 4년간은 14%, 66%, 92%, 72%의 엄청난 속도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연속으로 하락했다. 또 1992∼1994년도 11%, 27%, 18%로 지속적으로 오르다 이후 3년간은 계속 떨어졌다. 즉 이 기간에는 상승과 하락이 한 방향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한 1999년 이후엔 해마다 상승과 휴식 혹은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묘하게도 홀수 해에 증시가 좋고 짝수 해에 부진하다. 1999년에 82% 상승했다 2000년에 50% 하락, 2001년 37% 오르다 이듬해에 9.5% 떨어졌다. 이후로도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면서 2007년 32% 상승, 2008년 40% 감소 뒤 2009년은 지금까지 약 38% 올랐다. 특히 올해는 저점과 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61%나 폭등했다.
물론 내년에 지난 10년간 반복해 왔던 홀짝의 흐름이 되풀이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년의 패턴이 깨어지는 ‘다음 10년’의 원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올해 너무 뾰족하게 상승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급하면 체하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지금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너그럽게 봐야 할 때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