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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윈도]뜸만 들이는 쌀 소비 대책

입력 | 2009-10-23 03:00:00


“쌀과자나 쌀빵 등 쌀 가공 산업을 활성화해 소비가 확대되도록 추진하겠다.”(2005년 10월 농림부 간부)

“1인당 쌀 소비량 감소로 쌀 재고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별도의 수급 대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적정 재고량을 초과할 것이다.”(2006년 3월 기획예산처)

“이달까지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듣고 현황을 파악한 후 쌀국수 등 쌀면류 제조를 위한 쌀 저가공급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2008년 4월 농림수산식품부)

“쌀 가공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비축분을 한시적으로 싸게 공급하겠다.”(2009년 8월 농식품부)

지난 4년간 쌀 소비 증대를 위한 정부 대책이나 발표들을 모아봤습니다. 참 애매합니다. 대책을 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곰곰이 보고 있으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교묘하게 피해 간 면피성 대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사이 쌀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려는 업체들의 시도는 참 다양합니다. 물론 이윤이 남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같기도’식 정부 대책보다는 낫습니다. ㈜천년약속은 친환경 흑미를 이용한 한국형 레드와인 ‘천년약속 레드 프라임’을 내놨고, ㈜한국인삼공사는 홍삼 제품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쌀 페이스트를 함유하기도 했습니다. 샤니의 ‘팡찌니’는 유산균 쌀 발효액을 사용했고, 농심은 국내산 쌀과 찹쌀 현미를 넣어 만든 ‘요기 누룽지탕’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오리온의 ‘임실치즈쿠키’는 이천 쌀을 사용해 만들었고, 라이스 치킨전문점 ‘콤마치킨’은 우리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CJ푸드빌은 ‘우리 쌀 생크림 케이크’를 선보였고, 크리스피크림도넛은 국산 찹쌀을 이용한 도넛도 만들었습니다. SPC그룹은 식품 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떡 브랜드 ‘빚은’을 운영하고 있으며 빵에도 국내산 쌀 사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높은 쌀 가격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그런데 기껏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3년 이상 비축한 쌀을 3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햅쌀을 사용하는 등 원재료의 품질 관리에 주력하는 점을 감안할 때 3년 이상 된 쌀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업체들이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정부 대책이 앞서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보조만 맞춰 주길 바랄 뿐입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