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쌀 소비량 감소로 쌀 재고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별도의 수급 대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적정 재고량을 초과할 것이다.”(2006년 3월 기획예산처)
“이달까지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듣고 현황을 파악한 후 쌀국수 등 쌀면류 제조를 위한 쌀 저가공급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2008년 4월 농림수산식품부)
지난 4년간 쌀 소비 증대를 위한 정부 대책이나 발표들을 모아봤습니다. 참 애매합니다. 대책을 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곰곰이 보고 있으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교묘하게 피해 간 면피성 대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사이 쌀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려는 업체들의 시도는 참 다양합니다. 물론 이윤이 남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같기도’식 정부 대책보다는 낫습니다. ㈜천년약속은 친환경 흑미를 이용한 한국형 레드와인 ‘천년약속 레드 프라임’을 내놨고, ㈜한국인삼공사는 홍삼 제품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쌀 페이스트를 함유하기도 했습니다. 샤니의 ‘팡찌니’는 유산균 쌀 발효액을 사용했고, 농심은 국내산 쌀과 찹쌀 현미를 넣어 만든 ‘요기 누룽지탕’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오리온의 ‘임실치즈쿠키’는 이천 쌀을 사용해 만들었고, 라이스 치킨전문점 ‘콤마치킨’은 우리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CJ푸드빌은 ‘우리 쌀 생크림 케이크’를 선보였고, 크리스피크림도넛은 국산 찹쌀을 이용한 도넛도 만들었습니다. SPC그룹은 식품 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떡 브랜드 ‘빚은’을 운영하고 있으며 빵에도 국내산 쌀 사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높은 쌀 가격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그런데 기껏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3년 이상 비축한 쌀을 3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햅쌀을 사용하는 등 원재료의 품질 관리에 주력하는 점을 감안할 때 3년 이상 된 쌀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업체들이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정부 대책이 앞서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보조만 맞춰 주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