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은행은 부자들만 상대했다. 돈을 잘못 빌려주었다간 떼일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자에게 가야 했던 서민들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들어 현대식 은행이 생긴 이후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잔니니는 은행 철창을 걷어내고 소규모 사업자와 주부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대출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세워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는 은행 문을 빈민들에게도 개방하는 데 성공했다.
▷요즘 인도에서는 은행만이 아니라 제조업체에서도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자(貧者)들을 위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70달러(약 8만1900원)짜리 미니냉장고, 23달러(약 2만6900원)짜리 가정용 스토브, 43달러(약 5만300원)짜리 휴대용 정수기, 20달러(약 2만3400원)짜리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이 많다. 인도의 타타 자동차회사는 2200달러(약 257만4000원)짜리 자동차 ‘나노’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인도 기술자들이 이 나라 11억 인구의 구매력에 관심을 돌린 결과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평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