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연안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지’인 하얼빈 시가 한국 기업 유치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안중근 의거’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부터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한반도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곳이 아니라면 하얼빈은 한국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얼빈 시가 2006년부터 한국주 행사를 하면서 몇 가지 ‘안중근 기념사업’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얼빈 시는 2006년 7월 하얼빈 조선족 문화예술관 2층에 500m² 규모의 ‘안중근 의사 기념실’을 마련했다. 기념실엔 300여 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안 의사가 거사 계획을 구상했던 시내의 당시 하얼빈(현재 자오린·兆麟) 공원에는 그의 친필 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졌다. 안 의사의 거사 현장엔 저격 지점까지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이 같은 하얼빈 시의 안중근 기념사업은 한국인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준 게 사실이다.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도 높이 평가했던 안 의사 의거의 기념행사를 중국 정부가 이처럼 홀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안 의사를 투자 유치용으로만 이용하거나 정의를 세우는 역사 문제를 두고 일본의 눈치나 보는 것도 대국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 특히 한국인과 함께 일제 침략으로 굴욕을 당했던 중국인의 자존심이 더더욱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