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0이란 녀석은 완벽을 추구하는 대수학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는 흉악범이기도 하다. 0은 나눌 수는 없는 숫자다. 1÷0은 답이 없고, 0÷0은 답이 너무 많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1÷0=ⅹ는 1=ⅹ×0과 같고 이 등식을 만족하는 ⅹ는 세상에 없다. 이때 ⅹ는 정확하게 말하면 무한대에 수렴한다고 한다. 반면 0÷0=ⅹ는 0=ⅹ×0이고 이 ⅹ는 어떤 수라도 상관없다. 수학에선 앞의 것을 불능(不能), 뒤의 것을 부정(不定)이라고 한다.
스포츠에서 0과 비슷한 개념이 무승부다. 여기서 문제 하나. ①1승 5무 ②2승 3무 1패 ③3승 1무 2패 중 승률이 높은 순서대로 쓰면? 잘 모르겠으면 하수, 퍼뜩 답이 나왔다면 중수, 그때그때 다르다고 하면 고수다. 답이 여러 개인 이유는 바로 무승부 때문이다. 무승부를 처리하는 방식은 종목별로, 나라별로, 시기별로 다르다.
1무를 0.5승과 0.5패로 나눠 승률을 계산하는 방식과 승차제(승수-패수)도 있다. 이 경우 ① ② ③의 순위는 같다. 하지만 이 또한 한 번도 안 진 1승 99무 팀이 반타작을 겨우 넘긴 51승 49패 팀에 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축구의 승점제(승리=3점, 무승부=1점, 패배=0점)로는 ③10점 ②9점 ①8점 순이다. 이는 일견 앞의 방식들을 보완한 것으로 보이지만 더 큰 허점이 있다. 한 번도 안 진 100무 팀이 승률 34%에 불과한 팀(34승 66패)에 뒤진다.
결국 순위를 가리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무승부가 끼어 있는 한 모든 팀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무승부도 미학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는 그 기원을 살펴보면 승부를 가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메이저리그가 밤을 새워 경기를 하고 축구 야구의 결승전과 골프의 연장전이 끝까지 승부를 가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일몰이나 악천후로 공동 우승이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역시 팬들은 승부를 원한다. 선수층이 엷은 국내 현실에서 끝장 승부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무승부의 오류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무승부를 없애는 것뿐이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