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불모의 모래사막 환경단체 주장한 산호 없어”“유치 인센티브 더 따내자” 도-의회 불협화음도 한몫해군 “연내 착공 물 건너가”
21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앞바다 바닥에 암반과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곳에 연산호 군락이 존재해 기지를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 속 잠수부는 본보 임재영 기자. 동행한 수중사진작가가 촬영해 제공했다. ☞ 사진 더 보기
○ 모래투성이인 해군기지건설 예정 해역
해군기지 동쪽 해안 끝 지점에서 남쪽으로 100m가량 떨어진 바다의 수심 10m. 손으로 바닥을 헤집자 모래가 날렸다. 너울로 인해 부유물질이 떠다녔다. 수심 15∼20m 지점에서는 사방을 둘러봐도 모래뿐이었다. 해안으로 다가갈수록 암반이 많아졌다.
해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해군기지 서쪽 끝을 탐사했다. 해안에서 350m 지점 방파제 조성 예정인 수심 15m에도 모래가 대부분이었다. 기지 예정 해역을 지나 등대 쪽으로 접근해서야 암반과 감태가 자주 보였다. 이들 감태 사이로 어린 파랑돔이 떼를 지어 다녔다. 이들 암반지역에서도 연산호는 보이지 않았다. 강정어촌계 관계자는 “연산호가 해군기지 건설 해역에 서식한다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수중지질탐사에서도 모래가 주종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대 해양연구소가 올 9월 말 작성한 ‘연산호 서식처해양환경 변화예측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예정 방파제 동쪽 끝에서 1.2km가량 떨어진 기차바위(수중 20∼25m의 암반)에서 연산호 군락을 확인했을 뿐 건설예정 해역에서는 연산호 군락이 존재하지 않았다.
○ 환경파괴 논란에 발묶인 해군기지
연산호 서식실태, 매립 및 방파제건설에서의 피해대책방안 등이 마련됐는데도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는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8일 제주도가 넘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비롯해 절대보전지역 변경, 공유수면매립의견청취 등을 처리하지 않은 채 16일 임시회를 마쳤다. 이들 사항에 대해 우선 처리 순서를 따지다 결국 심의를 보류했다.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미리 해결하지 않은 제주도의 ‘안이한’ 대응도 한몫했다.
심의를 보류한 배경에는 해군기지와 연계해 정부 지원을 추가로 요청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렸다. 찬반 갈등은 8월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무산되면서 수그러들었지만 해군기지를 수용하는 대신 ‘조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제주지방변호사회는 최근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제주도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은 국방부 소유 198만 m²(약 60만 평) 규모의 ‘알뜨르비행장’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강정마을 등을 위한 지역발전사업 계획을 건의하면 연말까지 지원규모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제주도는 아직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 사업계획은 국비 4743억 원, 지방비 1698억 원 등 모두 8696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양조훈 환경부지사는 “알뜨르비행장 무상양여, 제주신공항건설에 대한 지원 등을 정부에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절차를 둘러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간 불협화음, 추가 지원 여부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군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이은국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은 “해군이 약속한 부분을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연내 착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연산호
산호 종류 가운데 석회성분 골격이 없이 연한 몸을 가진 산호. 국내 130여 종의 연산호류 가운데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등 90여 종이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