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고 물장수는 누구‘바닷물을 먹는 물로’ 담수화 플랜트 세계 1위아랍 22곳에 하루 1500만명分생산시설 건설
#2.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선정한 ‘세계 최고 40대 기업’에서 두산중공업은 4위에 올랐다. 주로 발전 설비를 건설하던 두산중공업이 담수화 설비 건설로 사업을 다각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 최고 기업의 특징은 혁신과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공세적 확장, 강한 리더십,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이 2000년 말 공기업이던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2001년 3월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공기업 시절 대규모 노사분규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던 이 회사가 민영화 10년이 채 되지 않아 세계 최고 기업 리스트에 오른 원동력은 무엇일까. 두산 측은 1962년 한국중공업 설립 이후 40년 이상 쌓아온 기술력에 민간 기업의 효율성이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두산중공업의 해수 담수화(淡水化) 설비가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인 지다에서 남쪽으로 100km를 가면 두산중공업이 건설하는 쇼아이바 해수 담수화 플랜트가 나온다. 이슬람 문화권의 성지(聖地)인 메카와 메디나 지역에 담수를 공급할 사우디아라비아의 ‘젖줄’이다. 이미 시운전까지 끝낸 상태로 조만간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이 플랜트에는 길이 114m, 폭 27.5m, 높이 12.8m, 무게 3440t인 담수 증발기 12기가 들어갔다. 홍해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하루 300만 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세계 최대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말 8억5000만 달러에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 42개월 동안 대공사를 벌였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1일 열린 ‘사우디 워터 앤드 파워 포럼’에서 두산중공업에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여했다. 이 상은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올 한 해 동안 가장 혁신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에 공헌한 기업에 주는 상이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박창수 두산중공업 상무는 “우수한 기술과 시공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특히 평균기온이 40∼50도로 오르고 모래 바람까지 잦은 기후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한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두산중공업은 지다를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지역에서 ‘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물 생산량의 36%를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담수 플랜트에서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기술로 이룬 ‘세계 1위’ 담수 플랜트 기업
두산중공업은 특히 축구장 크기의 담수 증발기를 경남 창원공장에서 조립해 통째로 출하하는 ‘원모듈 공법’을 개발해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2000년 이후는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담수 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 플랜트 등 중동지역 담수 플랜트 사업을 거의 싹쓸이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30년 동안 중동지역에서 진행한 담수화 사업 프로젝트는 모두 22개로 담수 생산 용량을 합하면 450만 t에 이른다. 하루에 150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담수를 생산하는 셈이다.
▼하수를 생활용수로 바꾸는 ‘수처리 시장’ 노크▼
○ 21세기 ‘블루 골드’ 물 사업 확대
해수 담수화와 하수 및 폐수 처리 등 ‘물 사업’은 21세기의 ‘블루 골드’로 불린다. 인류의 물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사업 규모가 커지는 사업이다.
현재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13억8600만 km³ 정도인데, 이 중 97%는 바닷물이고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담수는 3500만 km³에 불과하다. 이나마도 70%가량이 빙산과 빙하 등이어서 인구의 증가와 함께 인류의 물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에는 52개국 30억 명가량이 물 부족으로 고통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 담수화 설비나 수처리 사업이 미래 유망 사업으로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처리 사업은 하수나 폐수를 산업용수 및 생활용수로 정화해 사용하는 사업이다.
두산중공업의 물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윤석원 전무는 “해수 담수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처리 사업에 진출해 현재 중동 지역에 편중돼 있는 시장을 북미와 중남미, 동남아, 인도, 중국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해수 담수화 설비:
바닷물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담수로 만드는 시설. 바닷물을 끓여 식히는 ‘증발 방식’과 특수막에 투과해 소금기를 제거하는 ‘역삼투압 방식’이 널리 이용된다.
▼세계 최고 원천기술 확보 ‘투 트랙’ 전략▼
두산重, 격차 큰 분야는 M&A, 크지 않은 분야는 독자개발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각 분야에서 두산중공업이 보여주고 있는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개발과 인수합병(M&A)의 2가지 경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발전 설비 기술처럼 이미 선진 기업과 100년 이상 기술 격차가 벌어져 있어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분야에서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을 쓰고, 풍력이나 연료전지 등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분야에서는 독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9월 터빈 제작 원천기술을 보유한 체코의 스코다 파워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06년에는 발전소용 보일러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밥콕을 인수했다.
두산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기술도 여럿 있다. 아시아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시스템인 ‘WinDS 3000TM’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최근 제주도에 실증 플랜트를 설치했다. 1년 동안 이 시스템의 실증 과정을 통해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한 뒤 국제 인증을 취득해 내년 하반기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또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300kW급 발전용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2007년 연료전지 개발의 핵심인 25kW급 ‘스택’(전기분해 역반응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해수 담수화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는 독자개발과 M&A의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했다. 바닷물을 끓여 증발하는 수증기를 응축해 담수를 만드는 ‘증발방식(MSF)’ 기술은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바닷물을 특수막에 투과시켜 소금기를 거르는 ‘역삼투압방식(RO)’ 기술은 2005년 미국 AES사(社)의 미주 지역 수처리사업부문을 인수해 확보했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5조7000억 원.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발전과 수처리 분야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2015년까지 매출 17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