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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데스매치] 7차전은 러시안 룰렛…강심장이 웃는다

입력 | 2009-10-23 23:54:00

축구의 승부차기 같은 ‘끝장 시리즈’실력·기술보다 정신력·담력의 한판




SK가 23일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기사회생해 이제 2009년 한국프로야구 챔피언은 최후의 7차전, 단 한판의 결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승부차기에 견줄 수 있을까. 이 단계에 접어들면 실력, 기술은 두 번째가 된다. 정신력, 특히 담력이 우선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뱃심, 1995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에러에서 갈린 것을 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KIA-SK가 3승3패 균형을 이룸에 따라 역대 5번째 KS 7차전, 마지막 승부가 성사됐다. SK는 글로버, KIA는 구톰슨을 선발 예고했다. 두 투수 공히 KS 들어 구위가 하강추세다. 그러나 ‘내일이 없는’ 7차전의 속성상 선발은 먼저 나오는 투수일 뿐이다. 선발, 불펜 불문하고 전원대기다. 즉 초·중반까지 박빙으로 전개되면 7차전이야말로 감독 야구의 결정판일 수 있다.

특히 2009년 KS는 ‘사제대결’에 걸맞게 비슷한 감독의 컬러가 충돌하고 있어 ‘디테일 야구’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양 팀 공히 수비가 견고하고, 선발이 탄탄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미세한 흐름에서 승부가 갈리고 있다. 그래서 신경전이 첨예하고 집요하다. ‘논란시리즈’란 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조짐은 1차전부터 싹텄는데 8회말 1사 1·3루 KIA 이종범의 위장 스퀴즈번트 때 스트라이크-볼 판정, 이른바 ‘신의 손’으로 압축되는 장면이다. SK는 스윙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K가 심판진에 불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첫 계기다.

그보다 더 휘발성 큰 논란의 불씨는 1차전 4회말 KIA 김동재 코치의 어필에서 비롯됐다. SK 전력분석팀의 수비 시프트 지시 행위에 대한 KIA의 선제적 공개 경고. 양 팀간 감정대립의 단초가 됐다.

이어 3차전 4회말 2사 후 SK 정근우의 땅볼을 KIA 투수 서재응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끝내 시비가 붙었다. 벤치클리어링 사태로 발전하면서 양 팀 팬들 간 대리전도 격화되기에 이른다.

또 5차전에서는 ‘개구리 번트’와 ‘신의 발’로 명명된 2가지 논쟁적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3회 KIA 이용규의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 때 ‘발이 타석을 벗어난 게 정당한지’와 6회 이종범의 2루 땅볼 때 ‘KIA 1루주자 김상현이 오른발로 SK 유격수 나주환의 정상적인 1루 송구를 방해한 것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두 번째 마찰 때, 선수단 철수로 의도적 퇴장을 자초하면서까지 격하게 반응했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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