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SK 타자 노림수에 당해 실점
5차전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김성근 감독이 퇴장당한 팀답지 않게 SK는 역시 강팀임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지닌 근성과 집중력은 인동초를 연상시킨다. 반면 우위를 점하고 있던 KIA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지나친 긴장 내지 승부욕을 보이며 평소의 리듬을 유지하지 못했다. 특히 선발 우위가 예상됐던 KIA 윤석민이 예상외로 SK 송은범에 비해 부진한 투구를 해 조범현 감독으로선 전체적인 운용 구도에서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SK는 6차전을 이겼지만 총력전으로 펼쳐야할 7차전에서 구원투수들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KIA는 결국 불펜으로 나설 양현종의 비중이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높고, 중반 이후 승부로 간다면 그동안 등판하지 못했던 한기주 서재응 등의 감각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윤석민을 꺾은 SK의 노림수
평소 SK는 윤석민의 볼에 꼼짝을 못했는데 6차전에선 달랐다. 윤석민은 직구와 슬라이더 등 구종이 다양한데 SK 타자들은 체인지업을 타깃으로 삼고 나왔고 효과를 봤다. 이호준의 홈런 역시 체인지업을 받아친 것이었다. SK는 연패를 당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몰릴 때 유독 분석에 강한 면모가 발휘되는데 윤석민은 순간적인 패턴 변화 등에서 SK 타자들에게 밀렸다. 공 끝도 평소만 못했다.
○이호준, 조동화를 막지 못한 KIA
이호준은 그동안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2회 선제 결승 1점홈런을 때린 뒤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추가점으로 연결된 좌전안타를 때렸다. 3득점 중 2득점이 이호준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이호준은 배트 스피드 등 전반적인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윤석민의 변화구를 노렸고 성공했다. 특히 KIA로선 4회 이호준 출루 후 조동화에게 초구 적시타를 얻어맞았는데 이것이 뼈아픈 점수가 됐다. 초반 2점과 3점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4회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다면 KIA는 후반 공격 패턴이 달라질 수 있었다.
○득과 실이 교차한 SK의 8회초 수비
KIA가 8회 2점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SK 불펜은 힘이 많이 빠졌음을 보여줬다. 1사 1·2루서 이재주가 대타로 나왔을 때 평소와 같았더라면 윤길현이나 정대현을 투입할 시기였지만 둘 모두 나오지 못했다. 대신 김상현 타석 때 등판한 채병용은 또 한번 눈부신 투혼의 피칭을 보였다. 초구에 140km를 찍었는데 결국 채병용의 투혼이 SK의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SK로선 그 이전 고효준이 최희섭에게 볼카운트 2-0에서 2타점 중전적시타를 허용한 게 아쉬웠는데 그 때문에 선발 채병용이 결국 구원으로 투입되고 말았다. 채병용의 투입은 7차전을 생각할 때 SK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양 팀의 지나친 신경전
5차전에 이어 6차전에서도 양 팀은 신경전을 노출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한국시리즈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신경전이나 오버액션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선수들은 우승이 최상의 목표지만 그 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7차전 승부는 도리어 오버하거나 흥분하는 팀이 챔피언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3승3패로 정말로 재미있게 펼쳐지고 있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