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네이티브/돈 탭스콧 지음·이진원 옮김/632쪽·2만5000원·비즈니스북스디지털 환경서 성장한 N세대정보공유-변혁의 시대 이끌어기성세대는 포용-외면 기로에
만약 이 행동을 한꺼번에 하는 일이 익숙하다면 당신은 ‘넷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일견 산만해 보이는 이런 행동을 바꿔 말하면 바로 ‘멀티태스킹’. 디지털 기술을 한꺼번에 다루는 데 익숙한 넷세대의 특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위키노믹스’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 등의 저서를 낸 미디어 전문가다. 넷세대를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즉 1977년 1월∼1997년 12월에 태어난 세대로 규정하고 전 세계 12개국, 1만여 명을 조사해 이들의 일상과 특성, 미래를 책 속에 담았다. 책 제목 ‘디지털 네이티브’는 넷세대가 바로 디지털 세계에서 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04년 1월, 미국 하버드대에 다니는 마크 주커버그는 로마예술사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못한 채 중간고사 기간을 맞았다. 고민하던 그는 수업자료를 올린 웹 사이트를 만들고 다른 학생들의 도움을 청했다. 학생들은 각자 보충설명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모든 학생이 좋은 점수로 시험을 통과했다. 주커버그는 바로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정보 공유와 협업에 익숙한 넷세대의 특성을 발견한다. 넷세대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기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겉으로 볼 때는 혼자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휴대전화와 블로그 등을 통해 누군가와 늘 연결돼 있다.
그럼, 인터넷에 의존하는 넷세대의 지식수준은 어떠할까. 저자는 1978년 이후 이들의 지능지수 평균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한다. 그런데도 넷세대가 집중력이 부족해 보이는 이유로는 이들이 기존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든다. 베이비붐 세대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넷세대는 넘치는 정보 중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야 한다.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훑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넷세대가 부모에게서 빨리 독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들이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넷세대가 온라인에서 부모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집 안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건 부모가 아니라 자녀들이었다. 부모와 함께 있어도 넷세대는 언제나 친구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 온라인상의 자유가 있는 한 이들이 굳이 집을 떠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넷세대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그 인구 규모가 기존 세대를 압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의 존재가 단순히 현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뜻이다. 사례가 미국 등 서구국가에 집중된 탓에 내용 중 일부는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책 말미에서 저자가 기성세대에 던지는 질문은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넷세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이제 나이 든 세대에 남겨진 커다란 문제는 그 힘을 기꺼이 나눌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대가 우리에게서 그 힘을 빼앗아갈 때까지 교묘히 시간이나 벌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