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재벌 지배구조 후퇴… 총수 입김 강화

입력 | 2009-10-25 17:25:22


적은 지분을 보유한 재벌 총수 일가가 계열사의 높은 내부 지분율을 지렛대 삼아 경영권을 강화하는 등 재벌 지배구조가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총수일가가 직접 소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은 4%대에 불과했지만, 순환출자 등을 통해 실제로는 50%가 넘는 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총수가 있으면서 2년 연속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5조 원 이상)으로 지정된 26개 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올해 4월1일 기준 4.17%로 1년 전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총수 지분율은 1.74%에서 1.73%로, 친족 지분율은 2.50%에서 2.44%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계열사 지분, 비영리법인, 임원 지분 등을 포함한 그룹 내부지분율은 52.57%로 1년 전보다 1.79%포인트 증가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 이유는 주로 계열사 출자를 통해 총수일가가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 회사들이 새로 계열사로 편입됐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실제 26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지분율은 45.9%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58%포인트 늘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감소했지만 계열사 등을 통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지분율은 증가한 것이다.

예컨대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1.07%에 불과하나 내부지분율은 46.02%였고, SK그룹도 총수 일가 지분율은 0.87%에 그쳤지만 내부지분율은 53.71%에 달했다.

KCC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18.77%로 무려 10.64%포인트 감소했고 대한전선(-8.4%), 현대중공업(-1.34%), 대림(-1.04%), LS(-0.60%) 등도 감소폭이 컸다.

이에 반해 신세계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12.87%로 9.15%포인트 증가했고 CJ(0.58%), 현대백화점(0.56%), 효성(0.53%), 한진(0.36%) 등도 소폭 증가했다.

지주회사그룹인 11개 기업집단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5.15%로 다소 높은 편이었고 내부지분율도 53.24%로 평균치를 소폭 웃돌았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등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 동양, 웅진, 현대백화점 등 12개 기업집단에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다.

예컨대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전기·삼성SDI→삼성에버랜드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총수가 있는 31개 전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4.51%, 내부지분율은 53.01%였다.

이들은 78개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투자금융이 12개로 가장 많은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10개), 한화(9개), 동부(7개), 동양(7개) 순이었다.

31개 기업집단 계열사 중 상장사는 180개로, 기업공개비율은 회사 수 기준 18.26%, 자본금 기준 58.29%였다. 상장사의 내부지분율은 39.57%로 비상장사(70.42%)에 비해 낮았다.

한편, 공정위는 매년 발표하던 의결권 승수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이유로 올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의결권 승수는 총수 일가가 보유 지분보다 얼마나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지배구조 개선 혹은 악화 정도를 알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지표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결권 승수는 출자총액에 제한을 받는 기업집단에 인센티브를 주려고 산정하던 지표였지만 출총제가 폐지됨에 따라 산정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