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468명 집단입국, 그 후 5년]<1> 끝나지 않은 유랑 맘 편히 살 곳 어디에 자녀 따돌림당하자 한국 떠 “北에서 막 왔다” 난민 신청 무상의료에 집값 90% 보조 알바뛰며 난생 첫 저축까지 최근엔 난민인정 어려워져 가진 돈 날리고 돌아오기도
탈북자 이명숙 씨(가명)가 8월 23일 일요일을 맞아 영국 런던 뉴몰든의 집을 나서 교회에 가고 있다. 2004년 7월 한국에 입국했던 이 씨는 지난해 4월 한국 국적을 숨긴 채 영국에 망명했다. 런던=유덕영 기자
8월 22일 뉴몰든의 한 펍(pub)에서 기자와 만난 김 씨는 영국에서 태어난 세 살배기 딸을 안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 김 씨는 “한국에서는 임신해서 병원에 가면 초음파 검사 한번 하려 해도 돈이 없어서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비가 다 무료”라며 영국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씨는 탈북자라는 이유로 계속되는 차별을 견디기 힘들어 같은 탈북자인 남편과 함께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의류공장, 식당,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을 해도 한국 직원들에 비해 항상 월급이 적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결국 반항심만 커져갔다”며 “한국보다는 낫겠다 싶어 왔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 속여야 난민으로 인정
영국 런던에서 만난 탈북자 6명은 영국이 한국에 비해 복지 수준이 높아 경제적으로는 한국보다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실업수당, 자녀 양육 보조금, 무상 의료 혜택, 주택 임차료의 90% 등을 영국 정부가 제공한다.
서울에서 39.6m²(12평)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이명숙 씨는 뉴몰든에서는 방 4개에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에서 살고 있다. 월 임차료가 1250파운드(약 250만 원)지만 그중 90%인 1125파운드를 영국 정부에서 보조해 주기 때문에 실제로 내는 돈은 125파운드다.
중학생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씨는 주택 임차료 외에 생활비 250파운드와 자녀 양육 보조금 250파운드 등 한 달에 500파운드를 영국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여기에 이 씨가 한인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0파운드 정도를 벌어 두 식구가 쓸 수 있는 돈은 월 1500파운드(약 300만 원) 정도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냈던 저축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거쳐 영국으로 간 탈북자뿐만 아니라 조선족 등이 대거 난민 신청을 하면서 최근에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가 힘들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국 정부가 한국에 신원 조회를 요청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면서 최근엔 난민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 찾아 떠났다가 되돌아오기도
이성진 씨(30)는 영국 이주 초기에는 맨체스터에 자리를 잡았다. 넉넉하진 않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동양인을 고용할 영국인은 없었다. 올해 초 뉴몰든으로 옮겼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런던에서 만난 탈북자 6명은 영국에 거주한 지 1년 반∼2년 정도 됐지만 1명만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이마저도 한인식당에서 하루 4시간 이하의 아르바이트가 전부여서 세금은 내지 않았고,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이 씨는 “영국에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은 없고 북한이 민주화되면 고향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승남 씨(51)도 한국에서 생활하기 어려워 2007년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갔다. 하지만 영국에선 더 살기가 어려웠다. 말도 통하지 않았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한국보다 더 어려웠다. 결국 도박판을 전전했다. 김 씨는 “브로커 비용에 항공료까지 영국 1년 갔다오면서 2000만 원을 날렸다”며 “영국에 갔다온 후 사는 게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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