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인사뿐 아니라 일본 내 정치 경제 산업계 리더가 한자리에 모여 행사 명칭 그대로 사회 속 과학기술의 역할과 명암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공통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교류했다. 참가자들은 글로벌 이슈인 경제회복, 포스트 교토의정서, 인류건강, 사회를 위한 과학기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각국의 추진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인사를 대상으로는 일본의 자원외교와 기술표준화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는 듯했다. 한마디로 과학기술계가 마련한 잔치에서 다각적인 외교활동이 이뤄지면서 과학기술계가 주도적으로 다른 분야를 선도했다.
행사의 규모와 참석자 면면에 압도되었던 필자는 한국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 내내 일본 과학사회가 부러웠다. 일본이 단순히 과학기술 연구개발투자 예산이 우리나라보다 많다거나 노벨상 수상자가 15명에 이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과학기술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 때문이었다. 사회적으로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일)에 바탕을 둔 과학기술인의 장인정신을 인정하고 우대하는 문화가 일본사회에는 있었다.
2012년까지 국가과학기술투자를 국민총생산 대비 5%까지 확대한다고 우리 정부가 발표하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 일부에서 나왔다. 경제를 살리려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선행해야 하는데도 아직은 우리사회에서 과학기술과 경제가 분리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녹색성장 역시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등 사회전반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아직은 과학기술계 내부의 관심사인 것 같다.
과학기술계가 외롭게 외치는 상황에서 일본사회의 모습은 새삼 자극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사회 저변에 깔린 과학기술 중심, 과학기술 우대 마인드를 접하면서 우리 한국의 과학자도 활력을 되찾고 신명나게 연구에 매진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노벨상은 국가와 사회 전체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올라야지 가능하다.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 평가원(KISTEP)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