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청사 주변 차량 수십대 뒤집혀 경찰 “알카에다-후세인 지지자 소행인듯”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25일 정부청사를 겨냥한 차량폭탄 공격 두 건이 잇달아 발생해 최소 130여 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다쳤다.
이라크 경찰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9시 30분경 법무부 건물 주변의 혼잡한 교차로에서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 몇 분 뒤 바그다드 주정부청사 인근 주차장에서도 승용차에 실린 폭탄이 터졌다. 두 차례 강력한 폭발로 건물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박살났으며 수십 대의 차량이 뒤집히거나 불에 탔다. 주변 도로에는 검게 그을린 시신과 찢어진 사지가 나뒹굴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총리집무실 등이 있는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green zone)’에서 불과 수백 m 떨어진 곳이다. 경찰 측은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 세력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이끌던 바트당 지지자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8월 19일 재무부와 외교부 청사 주변 등 10여 곳에서 동시 폭탄 공격이 이뤄져 101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다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바그다드의 심장부가 폭탄 공격에 다시 노출되자 바그다드 시민들은 동요하고 있다. 청사 주변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던 모하메드 라디 씨는 “안전을 보장한다던 이라크 정부군은 어디 갔으며 부상자를 구출해낼 수색대는 어디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이라크는 내년 1월 16일 총선을 앞두고 종파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등 치안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6월 말 주요 도시에서 지방으로 모두 철수한 후 이라크 치안당국의 치안관리 능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2011년 말까지 현재 12만5000여 명의 병력을 모두 철수시킬 방침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