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수들이 자신의 대표곡을 으뜸으로 꼽진 않는다. 대중에게는 스타가 가장 빛났던 시절로 기억되는 순간이 정작 스타 본인에게는 가장 잊고 싶은 순간일수도 있을 터.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후에도 파격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팝스타 마돈나가 대표적이다. 마돈나는 자신을 '팝의 여제'로 등극시킨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을 무대에서 부르기 꺼린다. 그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3000만 달러(약 350억원) 쯤 주지 않는다면 '라이크 어 버진'을 다시 부를 자신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크 어 버진'은 1984년 발표 당시에도 적나라한 가사와 선정적인 안무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88년 발표되어 아직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는 정작 '주인' 바비 맥퍼린에게는 버림받은 곡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녹음실에서 즉석으로 작곡한 이 곡으로 1인 아카펠라 열풍을 일으키며 그래미상까지 받았지만 "'돈 워리 비 해피'에 큰 애착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 노래들은 모두 자식과 같다. 몇몇은 옆에 끼고 살고 싶지만 몇몇은 어서 커서 대학으로 쫓아버리고 싶은 것과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는 1991년 발표한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부와 인기를 모두 얻었다. 이 곡은 1990년대 청춘송가로 유명하지만 철저히 비주류이길 원했던 보컬 커트 코베인은 예기치 못한 성공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록밴드 라디오헤드는 '크립(Creep)'을, 알이엠(R.E.M)은 '샤이니 해피 피플(Shiny happy people)'을 자신의 '잊고 싶은' 대표곡으로 꼽는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