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보이다가 다시 침체 빠지는 현상W자 모습… 돈줄 죄는 출구전략 타이밍이 중요
더블딥이란 용어는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대공황 기간(1929∼1941년)과 2차 오일쇼크 기간(1979∼1982년)에 더블딥이 나타났습니다. 침체됐던 경기가 곧바로 빠르게 성장하는 ‘V자형’이나 한동안 침체 상태를 유지하다 서서히 경기가 회복하는 ‘U자형’을 일반적인 경기회복 유형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대공황과 2차 오일쇼크 기간엔 경기침체가 온 뒤에 또 한 번의 경기침체를 겪는 ‘W자형’의 경기침체를 겪었지요. 그 뒤 미국에선 이런 ‘W자형 경기회복’에 더블딥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보통 경기침체가 오면 정부는 정부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과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을 씁니다. 정부가 보유한 돈을 풀거나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소비를 장려하는 것이죠. 소비가 늘어나 매출이 오른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 되고 그러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요즘 세계 경제는 지난해 닥친 금융위기에서 서서히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경기회복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분입니다. 하지만 벌써 1년 가까이 재정지출을 늘린 까닭에 서서히 돈줄을 틀어쥐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빨리 돈줄을 쥐면 더블딥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현재 예상대로라면 내년에 완만한 더블딥이 올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더 심각한 더블딥도 가능하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더블딥이 닥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정부 관료들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위기의 피해가 적었고 회복도 빨랐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들이 더블딥에 빠진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섣불리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틀어쥐기보다는 정부 재정이나 금리 운용에 부담이 되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경기회복 속도를 봐가며 천천히 출구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에 금리를 높인다면 경기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1990년대 초반 일본이 너무 일찍 재정지출을 줄였다가 더블딥으로 10년 동안 경기침체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더블딥이 오든 오지 않든 기초 처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참에 경제에 부담이 되는 부실한 기업들을 정리하고 탄탄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또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개선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더블딥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지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