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벼룩시장-박물관 뒤져… 그래도 없으면 주문제작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 작가(봉태규)는 늘 가방을 들고 다닌다. 벼룩시장을 뒤져 구한 ‘귀한’ 소품이다. 사진 제공 연극열전
Q:특이한 연극 소품 어떻게 준비하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이색 소품이 눈에 띄곤 합니다. 어떻게 구하는 건가요.(박연희·35·서울 용산구 이촌동)
A:벼룩시장-박물관 뒤져… 그래도 없으면 주문제작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가 배경인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 극중 ‘작가’(봉태규)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갈색 가방을 들고 등장합니다. 소품팀은 극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방을 찾기 위해 벼룩시장을 샅샅이 뒤졌죠. 결국 60여 년 전 만들어진 낡은 가방을 찾아 5만 원을 주고 샀습니다. 구본관 프로듀서는 “너무 낡아서 쓸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첫눈에 느낌이 좋아 수선해 등장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극의 소품 디자이너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물건과 복식을 연구하기 위해 당시 물건이 있는 곳곳의 박물관에서도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날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 중에서 당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찾아다녔고 일부는 극에 맞게 고쳤습니다. 커피포트와 컵은 벼룩시장에서 60여 년 전과 비슷한 모양의 물건을 구했습니다. 작가의 의상은 기성복을 사서 시대에 맞게 고쳤고 ‘검열관’(안석환)의 양복은 방송국 의상실에서 빌렸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 첫 장면에서 이방인 채드는 오토바이를 타고 관객을 향해 달려옵니다. 이 오토바이도 소품팀이 손을 봤습니다. 채드와 여주인공 나탈리가 오토바이에 눕거나 기대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발받침을 달고 안장을 넓게 만들었죠.
소품을 입맛에 맞게 직접 제작할 때도 많습니다. 뮤지컬 ‘어쌔신’은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9명이 모두 총을 들고 나오죠.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난감 총은 총구가 플라스틱이라 가짜라는 게 티가 난다는군요. 주형(鑄型)을 떠서 진짜 같은 총을 새로 만드는 데 개당 20만∼30만 원이 들었답니다. ‘올슉업’에서 중요한 소품 중 하나가 ‘블루 스웨이드 슈즈’입니다. 파란색 구두는 흔치 않기 때문에 업체에 의뢰해 배우들의 발에 맞춰 새로 제작했습니다. 9월 8일 개막 이후 100켤레쯤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채드 역의 손호영 씨는 “춤추는 장면이 많아 구두가 쉽게 닳는다”고 했습니다.
‘웃음의 대학’에서는 벽에 걸린 일력(日曆)도 큰 웃음을 줍니다. 일력이 어느 날은 천장을 향해 휙 뜯겨나가고 다른 날은 벽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잡아채기 때문이죠. 공연마다 달력이 찢어지고 구겨지는 까닭에 300개 정도 만들어 뒀습니다. 옛날 달력을 참고로 인쇄소에서 제작했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