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이 말이 명품업계에도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플레인 바닐라 럭셔리’입니다. 풀어 쓰면 ‘소박한 럭셔리’입니다.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명품업계가 거품을 빼고 있는 겁니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은 일본 도쿄 긴자 지역에 12층짜리 매장을 낼 계획을 거둬들였습니다. 구치는 요즘 핸드백에서 어지러운 ‘G’ 로고 문양들을 없애고 단순한 디자인의 가방들을 진열대 앞쪽에 둡니다. 왜일까요. 로버트 폴렛 구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명품 소비자들은 과시적 쾌락을 추구했지만 이젠 명품의 정통성과 불변성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명품업계의 올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기존 ‘큰손’인 유럽과 일본 소비자들이 철저하게 외면했는데 그나마 중국과 인도의 부자들 덕분에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명품 회사들은 이제 몽골과 카자흐스탄에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올 8월 독일 명품 ‘에스까다’가 파산하자 독일 언론들은 “에스카다가 온라인 유통을 등한시해 새로운 고객 창출에 실패했다”고 일제히 비난했습니다. 콧대를 낮추고 과거 빈곤했던 나라, 부상하는 온라인으로 향하는 명품업계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기업의 ‘플레인 바닐라’ 자세는 변하는 시대 흐름과 소비자 행태를 재빨리 따라잡는 것일 거라고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