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일과 갈등 씻고 긴밀한 협력 과시
일본, 밀월관계 美와 “대등” 외치며 삐걱

○ 2005년 한미 한일관계 긴장감
4년 전 한미 사이엔 팽팽한 긴장이 계속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한 자주외교 노선과 동북아균형자론은 미국과 중국을 등거리로 설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 미국의 견제를 받았다. 당시 미국은 한국이 미국에서 받은 고급정보를 북한에 흘려준다는 의심을 할 정도로 불신이 심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에서 받은 정보를 한국과 공유할 수 없다”고 말해 한국이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로 6자회담을 비롯한 대북정책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북한과 의기투합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은 밀월관계였다. 국가 간의 관계는 정상끼리의 개인적 친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 친분을 나타내는 척도로 활용했던 텍사스 개인별장에 고이즈미 총리는 초대한 반면 노 대통령의 방문 요청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미일 정권교체 후 변화
한미일 3국엔 정권교체가 있었고 3국 간 관계 또한 달라졌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며 ‘대등한 미일관계’를 외치는 것이나 미국의 일부 보수층으로부터 반미주의라는 의혹을 받는 것은 4년 전 노 대통령과 닮은 데가 있다.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쳐 견제를 받는 것도 노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일본, 한국을 순방했을 때 한국과는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했으나 일본과는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 아프간 지원, 미일 밀약 조사 등 현안에서 계속 삐걱거렸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주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후텐마 비행장 이전에 관한 양국의 기존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그대로 안 되면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 해병대의 괌 이전도 못하고 후텐마 용지를 오키나와 현에 반환하지도 않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공공의 장소에서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일본을 길들이려는 것이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미국 국무부 당국자의 말을 빌려 “가장 친밀한 동맹이었던 일본이 이젠 중국보다 더 성가신 존재가 됐다”고 한 것은 미일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반면 4년 전 최악이었던 한일관계는 급반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양국의 대북공조는 잘 유지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양자외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취임 1개월 만에 양국 정상은 세 차례나 회담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