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맵, 브랜드, 어젠다, 태스크포스, 클러스터….’ 행정기관의 서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길잡이, 상표 또는 명품, 의제, 전략팀 또는 기획팀, 연합 또는 연합지구 등 우리말로 바꾸면 그 뜻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지만 대다수 행정기관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충북도가 외래어 행정용어를 순화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문화선진도 충북’을 표방하고 우리글 사랑운동을 전개 중인 충북도는 알게 모르게 행정용어로 굳어진 외래어도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8일 국립국어원 김형배 박사 등 4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행정용어 순화 자문회의를 열었다.
첫 회의에서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외래어 50개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말로 바꿔 사용키로 했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이나 대상을 의미하는 ‘랜드마크’는 ‘마루지’로, 기업들의 문화예술·스포츠에 대한 원조나 공익사업 지원활동을 뜻하는 ‘메세나’는 ‘문예후원’으로, 선진 경영기법 등을 배우는 ‘벤치마킹’은 ‘견주기 또는 따라잡기’로 바꿨다. 또 시니어클럽(어르신 모임), 이벤트(행사), 제로베이스(원점), 인프라(기반시설 또는 바탕), 인센티브(유인책 또는 특전), 프로젝트(차례 또는 계획표), 패러다임(틀 또는 체계) 등도 우리말로 대체했다. 충북도는 우리말 새 용어를 도청 내 부서와 도내 시군은 물론 다른 시도에도 가능하면 외래어 대신 사용할 것을 권고할 계획이다.
충북도 김선호 예술팀장은 “행정용어순화 자문회의에서 결정된 순화어는 국립국어원에 통보해 순화어로 지정하고 사전 등재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