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디 알바라도 씨는 과테말라 여인이다.
열여섯에 군인에게 시집갔고 곧 아이를 가졌다. 남편은 유산이 되기라도 바라는 듯 부인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찼다. 남편의 매질은 10년간 계속됐다. 권총으로 때리고 큰 칼로 위협했다. 부인 머리로 창문과 거울을 깨놓는가 하면 부인의 머리채를 잡고 거리로 질질 끌고 나가기도 했다.
알바라도 씨는 결국 두 아이도 포기하고 남편의 매질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쳤다. 그때가 1995년이었다. 그녀는 미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다.
알바라도 사건은 망명 근거로서의 가정 폭력 문제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알바라도 씨의 망명이 최종적으로 허용된다면 해외의 수많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알바라도 씨는 미국 정부가 그녀의 망명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스페인어로 진행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쁘지만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자신처럼 남편의 폭력을 피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해놓은 다른 여성들도 하루 빨리 망명 허용 결정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안보부 측은 "가정 폭력이 망명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 같은 원칙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따라 망명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망명 허용 결정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 폭력 피해자들을 박해를 받고 있는 '특별한 사회 집단'으로 볼 수 있느냐는 대목이다.
알바라도 씨는 정부의 입장 발표를 반기면서도 자신의 망명 허용 결정이 너무 늦게 내려져 두 자녀를 자기 손으로 키울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14년 전 과테말라에 두고 온 뒤로 한번도 만나지 못한 자녀들은 올해 22세와 17세가 됐다. 알바라도 씨의 시부모를 '엄마'와 '아빠'라고 부르며 자랐다고 한다. 알바라도 씨는 "아이들이 나를 엄마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