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위장 보험금 11억 타내8억대 부동산에 호화 생활공모 아내 - 처남 등 4명 기소
경남 통영시 사량도로 바다낚시를 떠난 정모 씨(45)가 실종됐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은 2002년 1월 12일. 해양경찰은 섬 주변 갯바위 위에서 정 씨의 부러진 낚싯대와 신발을 발견했지만 시신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정 씨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고 이듬해 정 씨의 아내 서모 씨(41)는 보험사 3곳으로부터 사망보험금 11억7400여만 원을 받았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9월 금융감독원 보험범죄신고센터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죽은 정 씨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제보였다. 검찰은 보험범죄전담반을 급파해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그를 검거했고, 조사 결과 치밀한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몇 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서 씨는 남편 정 씨와 함께 사고를 가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로 하고, 실종신고를 하기 2개월 전 보험에 가입했다. 정 씨는 이 계획에 처남 서모 씨(35)와 이종사촌 하모 씨(46)도 끌어들였다. 처남은 배를 몰아 정 씨를 갯바위에서 육지까지 데려다 줬고, 하 씨는 정 씨를 차에 태워 도피시켰다.
정 씨 부부는 보험금으로 부산에 3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고, 서울에 5억 원 상당의 상가를 사들였다. 벤츠와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 2대도 샀다. 도움을 준 처남 서 씨와 하 씨에게는 사례금조로 각각 수천만 원씩 건넸다. 정 씨는 위조한 운전면허증과 대포폰 등으로 신분을 감춘 채 인터넷 카페에서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해 자동차 경주를 즐기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백기봉)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이들 부부를 구속 기소하고, 처남 서 씨와 하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마지막 보험금을 타낸 2003년 4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적발됐다. 공소시효를 6개월 남겨둔 시점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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