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사는 세상/최종욱 글 사진·임승현 그림/128쪽·9000원·아롬주니어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은 동물들의 앞모습만을 본다. 하지만 동물원 뒤편에는 동물과 수의사, 사육사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책의 저자는 광주시 우치동물원 수의사다. 저자는 매일 동물들과 부닥치며 조금씩 들려오는 목소리를 사람의 언어로 풀어 책에 담았다.
수컷 하마인 내 이름은 히포다. 우락부락한 외모 때문에 고향 아프리카에서는 사자나 악어도 감히 접근을 못한다. 내가 입을 쩍 벌리기만 해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내 특기는 똥 뿌리기다. 똥을 누면서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 사방에 흩뿌린다. 원래 호수에 사는 나는 먹이인 수초들의 거름이 되도록 이런 행동을 한다.
나는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쌍봉낙타 봉우리. 수의사 아저씨가 다리에 깁스를 한 무플런 산양을 친구하라며 우리에 넣어줬다. 며칠 뒤 이상한 아저씨들이 친구에게 마취 총을 쏘려고 해서 내가 앞발을 높이 들어 위협했다. 그러자 수의사 아저씨가 내 뺨을 어루만지며 이야기했다. “공익근무 아저씨들이 친구의 깁스를 풀어 주는 것이니 가만히 지켜봐줄래.”
당나귀 새끼 당돌이인 나는 항상 배가 고프다. 사육사 아저씨들이 먹이를 항상 적게 주기 때문이다. 도저히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다른 동물들의 똥을 먹는다. 똥은 더럽지만 그 속에는 미처 소화되지 못한 영양분과 섬유소가 있다. 엄마 아빠 것이 제일 맛있고 낙타의 것은 양이 많아 좋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