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준비생, 스스로에게 묻자 “나는 ‘3가지’가 준비됐나?”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에서 열린 서울 지역 6개 외국어고 입시 합동설명회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 외고, 무엇이 문제인가?
일반 학생들이 외고에 들어가면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까? 물론 쉽다고 볼 수는 없다. 외고는 각 학급을 영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전공학과별로 나누어 운영한다. 2, 3학년 때는 전공언어별로 △심화학습 △듣기 △회화 △문법 △작문 △해당언어권문화 등의 교과를 선택적으로 학습하며 총 80단위 이상의 외국어 전문교과를 배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2007학년도까지만 해도 수학이 외고 선발시험에 포함됐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학년도에는 서울권은 폐지됐지만 경기권 외고는 수학시험을 실시했다. 지난해는 수학시험이 전면 폐지되면서 이공계열을 준비하는 학생이 외고에 가는 사례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외고에서는 이공계열 우수 학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 자율고로 전환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하면, 즉 외고의 학생선발권을 없애고 흥미와 적성이 있는 학생을 추첨으로 뽑는다면 이런 문제가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흥미와 적성만 있다고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심화수준의 교과를 이해할 수 있는 자질과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따라가기 힘들다. 기본수준이 떨어진다면 수월성교육은 생각할 수도 없다.
현재 자율고와 과학중점학교(고교 3년간 이수하는 교과목의 40∼50%를 과학·수학으로 편성해 과학적 소양이 풍부한 분야별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학교)의 교육과정계획을 보면 특목고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율고는 내신 50% 이내의 학생을 추첨으로 선발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육과정의 수준에서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과학중점학교는 ‘선(先) 지원 후(後) 추첨제‘로 진행된다. 이수 교과목을 수학·과학으로 채워 놓는다고 학생들이 모든 교육과정을 무리 없이 따라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학교 내신이 최상위권인 학생들도 특목고의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에서 심화 수학·과학 교과과정을 소양과 자질이 부족한 학생이 따라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는 학교의 학사과정만 바꾸면 모든 학생에게 수월성교육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장범 ㈜타임교육 하이스트 특목입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