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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수면제 먹고 환자 진료

입력 | 2009-11-03 03:00:00

간호사 등 명의로 허위처방전
30대 여의사 구속… 60명 입건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일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환각효과가 있는 수면제를 대량으로 빼돌려 복용하고 환각상태에서 진료를 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가정의학과 전문의 A 씨(37·여)를 구속했다. 또 허위 처방전인 줄 알면서도 수면제를 판매한 약사 3명과 처방전에 이름을 빌려준 전현직 간호사 6명, 제약회사 직원 14명, A 씨의 친인척과 동료의사 등 6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07년 3월부터 2년 넘게 간호사 등의 이름으로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있는 알약 11만여 정을 빼돌려 2만 정을 복용했다. 나머지 9만여 정은 환자 등에게 팔거나 무료로 나눠준 혐의를 받고 있다. 수면유도제인 이 약품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한 알가량 처방해야 한다. 장기간 복용하면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루 30정 이상 복용하면 숨질 수도 있다.

하지만 A 씨는 한 번에 수십 장의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면서 200∼500정의 알약을 받았다. A 씨는 2005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통증이 심해지자 이 알약을 상습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환각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성분을 중화하는 링거를 맞고 진료할 때도 있었다”며 “환자들에게는 진통 억제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며 의약품을 팔거나 무료로 나눠줬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