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밤 덴마크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에서 열린 ‘들소리’의 워멕스(WOMEX) 공식 쇼케이스 공연 모습.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악기 배치를 마친 뒤 사운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행사진행 팀이 음향 조정기기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 것이다. 단원들은 악기 각각의 울림이 객석에 잘 전해지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연주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음향 오류가 발생했다. 보컬 세 사람 중 한 명의 마이크는 공연 중반을 넘기고 나서야 볼륨이 올려졌다. 키보드 소리는 끝내 들리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국 음악에 대한 행사 주최 측의 배려에는 분명 부족함이 적잖았다.
공연을 지켜본 워멕스 창립자 벤 만델슨 디렉터는 “들소리의 성공은 전통음악과 서구음악을 혼합하는 형식적 실험에 앞서 ‘한국적 음악 혼’의 오묘함을 드러내는 본질적 노력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적 정취가 물씬 나는 음악을 세계무대에 들고 나오는 데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경함을 덜기 위해 약간의 퓨전은 필요하지만, 결국 듣는 이의 마음에 호소하는 열쇠는 음악이 전하는 진정성의 무게와 깊이라는 얘기였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