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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야행’의 주연 손예진 “또 벗는다고요? 속상해 죽겠어요”

입력 | 2009-11-04 07:00:00

 영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에서 아픔을 지닌 채 사는 여인을 연기한 손예진은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마음과 몸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또 벗는다는 식의 표현, 너무 속상했다.”

톱스타 손예진은 어느새 ‘여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마치 살얼음을 걷는 듯”한 여배우의 일상에 대해 그녀는 토로했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이하 백야행, 감독 박신우·제작 시네마서비스, 폴룩스픽쳐스) 속 처연한 눈빛의 캐릭터를 설명하던 와중이었다.

영화는 14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에 얽힌 피해자 그리고 용의자의 아들(고수)과 딸의 아픔, 이를 바라보는 형사(한석규)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캐릭터를 되새기면서 여배우로서 삶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외로움과 고통스러운 어떤 부분을 담담하게 말했다.


손예진은 ‘백야행’을 촬영하면서 아니 극 중 깊은 아픔을 지녔지만 끝내 감춰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아팠다”고 말했다. 덕분에 “채 아물지 못해 곪았던 것들을 터뜨리듯” 자신을 내보일 수 있었지만.

- 예고편이나 포스터 등을 통해 드러난 캐릭터는 상당히 미스터리해 보인다.

“쉽지 않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고통스런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강했던 것 같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순수한듯 해도 내면에 아픔을 지닌 단선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어렵고 힘겨웠다.”

- 그 힘겨움을 돌파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캐릭터를 살아내기 전 고통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어려움은 그보다 더 컸다. 답답했다. 돌파라기보다 그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혼자 절망도 했다. 정말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아팠다.”

- 고통의 깊이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때로 완벽한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혼자 다그치며 삭히면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인데 다칠 때도 많다.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다. 데뷔 이후 10년 동안 (대중의)신뢰감을 쌓아도 내 마음 같지 않은 것들이 주는 아픔이 있다. 여배우로서 사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웃음)

-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인가.

“오해마라. 그런 뜻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얘기한다 해도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마련이다. 배우여서 사랑받지만 그 만큼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 그럼 ‘외출’이나 ‘무방비도시’, ‘아내가 결혼했다’를 거쳐 ‘백야행’까지 노출 장면만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다.

“‘또 벗는다’ 식의 표현, 너무 속상했다. 다시는 키스신도 연기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치정이나 섹시 코드의 영화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데. 또 그렇게 해서 나와 영화가 이슈가 되거나 연기 생활을 편히 한다면 모를까, 그런 모습으로만 비칠까 속상하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더라.”

-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오해란 것도 있지 않을까.

“드러낸다? 글쎄…. 날 드러낸다 해도 어디까지나 작품 속에서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슬프고 아픈 걸 보여주기 싫다. 우직한 스타일?(웃음) 내 안의 약함을 보이기도 싫었다. 자존심 때문일까? 남들 앞에서 포장이 필요할 때 그걸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포장이 필요하다면 어디까지나 대중 앞에서일 뿐이며 그렇다면 완벽해야 하지 않을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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