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양주 병뚜껑에 250원짜리 전자칩을 붙이면 소비자들이 가짜에 속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양주 1병을 정상적으로 팔면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에 종합소득세까지 술값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가짜 양주나 세금계산서 없이 무자료 거래를 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술집 주인이 어떤 거래에 마음이 끌릴지는 뻔하다. 미국 국세청(IRS) 분류에 따르면 가짜 양주는 ‘불법 지하경제’이고, 무자료 양주는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공식 지하경제’다.
▷국내 양주시장 규모는 약 5400억 원, 세금까지 합치면 연간 1조 원에 이른다. 이 중 20%를 지하경제로 보면 약 2000억 원어치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론상 가짜 양주, 매춘, 도박, 마약, 뇌물, 불법 고액과외 등 지하경제를 다 합치면 전체 규모가 나온다. 국정감사 때 차명진 의원(한나라당)은 국내총생산(1000조 원)의 27%인 270조 원 규모의 지하경제에서 한 해 54조 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재정적자가 심했던 1980년대에 지하경제를 줄여 세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나온 적 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