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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우리 대학 스타/목원대 미술대 회화과 김동유 교수

입력 | 2009-11-04 03:00:00

세계가 인정하는 ‘픽셀 모자이크’ 대가
2008년 ‘가장 많은 거래액’ 한국서는 유일하게 선정
지역출신 편견 뚫고 정상에




대전 목원대 미술대 회화과 김동유 교수(44)의 작업실인 충남 공주시 상왕동 계룡산 자락. 그의 작업실 내부로 들어섰더니 할리우드 스타와 세계적인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들이 맞는다.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빈센트 반 고흐. 존 F 케네디….

화폭에서 금방 튀어나올 듯한 먼로의 모습은 가까이 다가가자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그 대신 수많은 작은 케네디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이수균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의 평론 한 구절이 떠올랐다.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작은 세포들이 케네디의 이미지라는 사실은 대중이 케네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과 이미지가 먼로를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강의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5, 6명의 제자와 함께 매일 이곳에서 작업한다. 한적한 시골 작업실인데도 개인전 또는 그룹전을 요청하기 위한 국내외 유명 전시기획자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영국의 저명한 미술품 수집상이 작가 108명을 선정해 전 세계 미술관을 순회하는 전시회를 열겠다며 그의 참여를 제안해 왔다.

그는 2005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 ‘반 고흐’가 한국 작가 가운데 최고인 8850만 원에 낙찰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6년 5월에는 같은 곳의 경매에서 작품 ‘메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3억2300만 원에 팔려 ‘일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세계적인 미술정보 분석 사이트 ‘아트프라이스’의 2007년 및 2008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현대미술 작가 가운데 2008년 한 해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한 작가 100인 가운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김 교수(55위)가 선정됐다.

김 교수의 전형적인 양식은 현대미술 가운데 ‘픽셀 모자이크 회화’라고 불리는 분야이다. 세포 같은 픽셀의 이미지들을 집적해 하나의 전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컴퓨터 그래픽인줄 알고 작품에 접근해요. 하지만 손으로 일일이 그린 작은 그림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곤 하죠.”

그는 각 분야의 수많은 스타를 작품 소재로 등장시켰지만 그 가운데 먼로를 가장 선호한다. 에너지와 흡인력이 가장 크게 느껴지고 얼굴의 표현이 다양한 데다 그런 다양한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유명 작가로 발돋움하기까지에는 많은 소외감을 경험해야 했다. 해외 유학도 다녀오지 못한 지방대 출신에 지역 작가라는 한계 때문이다. 주류의 영향력이 막대한 예술계에서 그가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거의 꿈같은 이야기였다.

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갖는 김 교수는 “지금까지의 작품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특정한 계층보다는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