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세종시와 별개 추진”
10곳에 124개 공공기관 이전

이 대통령이 혁신도시 추진을 천명한 배경에는 이 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로 이미 야당과 충청도민은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전국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혁신도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내에선 지금도 혁신도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일부 남아 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에서부터, 혁신도시를 새로 건설하면 기존 도심이 오히려 공동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그럼에도 10개 시도에 산재한 혁신도시에 메스를 들이대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마저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종시 문제로 가급적 전선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혁신도시 추진을 놓고 정부 여당 내에서 회의론이 다시 고개들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체 혁신도시 토지보상률은 9월 25일 기준으로 99.4%이며 올해 말까지 전 구간에서 보상을 끝낼 계획이다. 기반조성공사 공정은 0.6∼30.2%로 지역별로 들쭉날쭉하다.
혁신도시가 원안대로 추진돼도 실제 각론에서는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새 청사 건축을 위한 설계에 착수한 곳은 33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혁신도시에 청사 용지를 매입한 곳은 8곳뿐이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일정을 미룬 것이다. 최근 통합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다른 기관보다 2년 앞서 내년까지 각각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로 옮겨가야 하지만 통합공사의 본사를 어디에 둘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