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60주년, 4·19 50주년의 해
나이 든 분들은 역사에 대한 무관심을 개탄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50주년, 100주년 같은 기념일이 그 때의 역사를 되살려내는 점이다. 이런 날이 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눈을 돌린다. 내년 2010년에는 유난히 이런 기념일이 여럿 들어 있다. 4·19혁명 5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5월18일), 6·25 60주년이 이어진다. 8월29일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날이다.
내년에 10년 주기를 맞는 역사적 사건들은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압축해 놓았다. 외국의 6·25 참전용사들은 자신들이 목숨 걸고 싸웠던 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룬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남북 분단 직후 이어진 6·25는 민족적 비극이지만 우리의 경제적 성취를 더 두드러지게 대비시키기도 한다. 반면에 4·19, 5·18은 한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향후에도 역사 발전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한다면 한일강제병합 100년은 우리가 나라를 빼앗기는 극한 상황까지 내몰렸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국치(國恥), 분단, 전쟁, 산업화, 민주화에 이르는 근현대사의 큰 흐름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사들을 제각각 치르거나 ‘국가 주관’ ‘민간 주도’로 나눌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올해에 이런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총체적 의미를 되새겨보자’고 먼저 앞장서는 일이 필요하다. 이들 역사적 사건 전체를 아우르는 기념행사를 따로 마련하거나, 한걸음 나아가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화해시키는 통로로 활용하는 방안도 숙고할 만 하다.
사회 통합, 화해의 통로로 활용해야
광복 63주년이자 건국 60주년이었던 지난해 8·15 행사에서 야당 인사들이 정부 주관 기념식에 불참하는 일이 있었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중요한 기념일이 사회 분열을 초래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내년 역시 역사적 사건의 성격에 따라 편이 갈려 4·19, 5·18 행사는 민주화 인사들의 잔치, 6·25는 산업화 쪽의 잔치로 치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행사 때마다 대립과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