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전광판 화면 오른쪽)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 수정 구상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5일 국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세종시 문제 등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총괄 지휘하는 정운찬 국무총리에게는 사실상 첫 국회 데뷔 무대였다. 민주당은 이날 질문자 4명을 모두 3선 이상의 중진의원으로 배치해 정 총리를 공격하는 데 나섰다. 정 총리를 비롯해 이귀남 법무부, 현인택 통일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출석했지만 질문은 정 총리에게 집중됐다. 질문자로 나선 의원 13명 모두 정 총리에게 답변을 요구했고 그중 3명만이 이귀남 장관을 함께 불렀다. 다른 장관들은 답변 기회조차 없었다.》
정 총리는 쏟아지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동의한다” “맞는 말씀이다”라고 대답하며 차분한 어조로 응했고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에 대해선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차관의 국회 출석 때 실무 담당 공무원들을 대거 끌고 올 필요가 있느냐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의 지적에 “그럼 장관들 나와서 답하게 하지 말고 실무 국장들 부르시죠”라고 대꾸했다가 의사봉을 쥔 이윤성 국회부의장에게 질책을 받았다. 정 총리는 “아직 미숙해 여러분의 시각에 (제가) 국회를 무시하는 언행을 했다면 용서해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5분까지 이어진 대정부질문을 꿰뚫는 단어는 단연 ‘세종시’였다. 야당 의원들은 전날 세종시 계획 원안 수정 방침을 밝힌 정 총리를 줄기차게 몰아세웠다. 선진당 박 의원은 정부청사가 분산돼 행정의 비효율성이 야기될 것이라는 정 총리의 주장을 비판하며 “화상회의를 왜 활용하지 못하느냐”고 따졌다. 정 총리가 화상회의를 해봤더니 불편했다고 하자 “아날로그적 사고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라면 우리가 앞서가는 기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다그쳤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이렇게 세종시를 오염시키지 말라”며 “이(세종시 수정 추진) 계획은 결코 성공하지 못하고, 정부는 레임덕에 빠질 것이며, 국민 갈등은 극한으로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도 세종시 계획 수정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특히 자족기능 관련 질문에 “세종시의 자족기능 용지 비율을 (현재의 6∼7%에서) 20%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대한 소신
허수아비 총리
▼4대강도 논란… 野 “22조 낭비” 與 “수자원 확보”▼
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뜨거운 쟁점이었다.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유엔환경계획(UNEP)은 4대강 사업을 세계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칭송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통해 하천 살리기,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주력 업종은 토건, 대표 브랜드는 4대강이라고 맹신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4대강은 대통령의 거대한 실패 기념물이 될 것이고, 대통령의 아집 때문에 사업비 22조 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곧바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8대 국회에서 정치는 사라졌다고 하는데, 절대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의 위법성을 국회 스스로 치유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사항을 왜곡 무력화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효성그룹 관련 의혹 수사 문제를 함께 거론했다.
그는 이귀남 장관에게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정당했느냐고 물은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나오자 “그러면 왜 효성 수사는 법과 원칙대로 안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