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기업인은 역사를 만든다
장영신 회장은 경제가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인이 역사의 주역인 만큼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 왼쪽부터 유창순 전 국무총리, 송인상 효성 고문,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장 회장,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사진 제공 애경그룹
나는 ‘내 인생은 사업’이라는 각오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여자라서 남자보다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했으므로 내 인생에서 ‘즐긴다’는 표현은 찾기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개인생활이 없는지 미리 알았다면 기업인의 길에 뛰어들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문화 활동을 즐기거나 적당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의 졸업식이나 친지의 결혼식에도 거의 참석할 수 없었다.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내 딸이든 친구든 간에 누군가 여성이 경영자가 되려고 한다면 말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경영자가 된다 함은 여성으로서 자기 삶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끝없는 노력과 창의력을 유지해야 하며 쉬고 싶거나 그만두고 싶어도 수천 명의 종업원과 그에 딸린 수만 명의 가족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가 없다.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경영자의 길은 결코 쉽게 시작할 수도, 쉽게 중단할 수도 없는 숙명이다.
경영자로 성공하려면 자기의 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적인 생활, 하고 싶은 것, 휴식, 취미를 일단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이라는 직책은 오르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도 힘들다. 회사가 도산하면 최대의 피해자는 종업원이며 그 가족이다. 따라서 기업이 적자를 내고 도산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인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인의 사명은 빈곤의 극복과 사회 전체의 풍요다.
대부분의 기업인은 사회의 요구보다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 중요성을 더 잘 인식하며 기대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업인을 애국자라고 본다. 내가 아는 기업인은 각계각층의 어떤 전문가보다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한다. 경영자는 원하든 원치 않든 사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적인 존재다. 경영자는 공적인 직책을 갖고 있는데 이는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인 단체이기도 하고 스포츠나 예술단체이기도 하다. 자기 기업 외의 일을 담당함으로써 사회발전에 또 다른 기여를 한다.
나만 해도 애경그룹 회장이라는 직책 외에도 애경복지재단 이사장, 구로문화원장과 KAIST 이사를 더불어 맡았다. 최근에는 대외 활동을 많이 중단했지만 지금까지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 경제단체에서 활동했다.
전경련 부회장… 골프협회 이사…
공적인 직책에 개인시간 없어
‘기업인=애국자’ 인식 생겼으면
이 밖에도 과거 기획예산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산업자원부 직업교육훈련정책심의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화학연구소 이사, 한국능률협회 부회장, 전경련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서 국립발레단 후원회 이사, 대한골프협회 이사, 장은공익재단 이사, 세종문화회관 이사도 내가 한때 맡았던 자리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