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장사로 시작… 지구촌도 좁아 땅속까지 누빈다
LG상사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만 최초의 해상유전 ‘웨스트 부카’의 해상 플랫폼. 올해 2월 상업생산에 돌입한 웨스트 부카는 하루 1만 배럴의 원유를 향후 20년간 생산하게 된다. 사진 제공 LG상사
○ 시대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
LG화학의 원료 및 설비 수입 전문 회사로 출발한 LG상사는 이후 LG화학이 플라스틱, 전자제품 제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해당 분야의 원료, 설비 수입부터 완제품 수출까지 사업 폭을 넓혔다. 196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계열사 제품 외에도 독자적 제품 무역에 눈을 뜨는데, 그 첫 제품은 ‘가발’이었다. 당시 한국 경공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발산업은 LG상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경쟁한 시대적 아이템이었다. LG상사는 1970년대 초까지 가발무역을 주력 사업으로 유지하면서 섬유, 신발, 생활 잡화 등 다른 소비재로도 취급 품목을 다양화했다.
더불어 LG상사는 구매력이 커진 내수시장 공략에도 신경을 썼다. 이를 위해 키운 전략사업은 ‘패션’. 아직도 중년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반도패션’이 대표적인 예다. LG상사 측은 “LG상사의 사업 아이템 변화는 곧 한국 산업의 변천사를 반영했다”며 “이 같은 끊임없는 변신이 56년째 이어져 온 LG상사의 경쟁력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 미래는 ‘자원’에 걸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LG상사도 위기를 맞았다. 종전에는 전적으로 수출입 업무를 상사에 의지하던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인 무역 역량을 키우면서 ‘일거리’가 점차 사라지게 된 것. 더욱이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일각에서는 ‘종합상사 무용론’까지 대두됐다.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던 LG상사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전면적인 사업 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의 키워드는 ‘차별화’. 그간 상사 업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저(低)수익 수출대행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 자원개발, 3국 간 거래, 신흥시장 개척 등 ‘종합상사만이 할 수 있고’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3, 4년 전부터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신흥 자원국가를 중심으로 투자 광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광구를 직접 운영하면 과거 단순 지분참여 형태 때보다 더 많은 자원 개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양성한 전문 인력과 구축된 인프라를 향후 새로운 자원 탐사 및 개발, 생산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MPP 유연탄광 △인도네시아 투투이 유연탄광 △필리핀 라푸라푸 동광 △카자흐스탄 에키즈카라 석유광구 △카자흐스탄 블록8 석유광구 등 5개 광구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LG상사는 앞으로 자원 분야에서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송치호 상무는 “2009년 현재 세계 12개국 19곳에서 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최고의 ‘자원전문상사’로 도약하는 게 LG상사의 미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LG상사 약사:
―1956년 ㈜반도상사로 상호 변경
―1974년 반도패션 출범
―1976년 기업공개, 종합무역상사 지정
―1981년 5억불 수출탑 수상
―1983년 호주 유연탄 개발 참여
―1991년 30억불 수출탑 수상
―1995년 ㈜LG상사로 상호 변경
―1999년 100억불 수출탑 수상
―2003년 150억불 수출탑 수상
―2006년 LG상사와 LG패션으로 인적 분할
―2007년 자회사 ㈜트윈와인 설립
―2008년 자회사 ㈜픽스딕스 설립
―2009년 세계 최초 액정표시장치(LCD)분야
청정개발체제(CDM) 방법론 유엔 승인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