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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 허정범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사장

입력 | 2009-11-07 03:00:00

싼 보험료+체계적 보상… 온라인 車보험 쾌속질주

“기본에 충실” 전략으로 시장 안착
경제위기 딛고 올해 18% 성장 돌풍
일반보험으로 영역확장 나서




 현대하이카다이렉트 허정범 사장은 2013년까지 온라인 자동차보험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재명 기자

자동차보험은 보험 중에서도 특히 경기에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구입 수요가 줄어들면 자동차보험 역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는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자동차산업 성장과 함께 고속 주행하던 자동차보험은 올해 9월까지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마이너스 성장을 한 후 최악의 부진이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시기에도 돌풍을 일으키는 자동차보험사가 있다.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사인 현대하이카다이렉트다.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올 1∼9월 1697억 원의 매출 신장을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성장했다. 다른 경쟁사들의 평균 신장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본사에서 쾌속 성장을 지휘하고 있는 허정범 사장(56)을 만났다.

○ 자동차보험, 그 기본에 충실하라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인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자동차보험의 본질적인 역할에 충실한 것이 기본입니다. 계약 유지 관리와 사고 때 신속한 보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비결입니다.”

‘기본을 충실히 하자(Back To Basic).’ 허 사장에게 빠른 성장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간단한 대답이다. 무엇보다 자동차보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카다이렉트는 설립 당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기존 보험설계사 조직 및 대리점과 갈등을 겪었다. 현대해상의 기존 고객을 빼앗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던 탓이다. 2006년 4∼6월 설립 초기 3개월간 실적이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시련을 겪었다.

이때 허 사장은 기본에 충실한 전략으로 어려움을 정면 돌파했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대형 오프라인 보험사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 수수료가 없어 보험료가 10% 이상 싸다는 강점이 있다. 그는 여기에 모회사인 현대해상의 경험과 노련한 인재들을 활용해 체계적인 보상시스템과 긴급출동 서비스를 갖췄다. 싼 보험료에 오프라인 자동차보험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하이카다이렉트는 질주를 시작했다.

그는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사 중 모태가 자동차보험인 곳은 하이카다이렉트가 유일하다”며 “현대해상의 브랜드인 ‘하이카’의 친숙한 이미지와 각 분야 베테랑들의 맨 파워를 결합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또 출범한 지 3년이 지나면서 하이카다이렉트와 현대해상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윈윈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현대해상 고객이 하이카다이렉트로 이동하는 사례가 생각처럼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객 잠식보다는 시장 확대와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 2013년 업계 1위 목표로 ‘일신우일신’

허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중동 건설현장의 모래 바람을 체험한 ‘건설맨’ 출신이다. 1985년 현대그룹이 동방화재(현 현대해상)를 인수하자 자리를 옮겨 법인영업을 20년 이상 담당했다. 20여 년을 해외건설, 법인영업과 같은 선 굵은 업무를 맡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취미로 서양화 그리기와 클래식 감상을 즐기고 콜센터 여직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하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캐릭터 마케팅’과 ‘타깃 마케팅’도 모두 그가 진두지휘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와 사막여우를 본떠 만든 캐릭터 ‘하이디’ ‘위디’는 하이카다이렉트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사고발생률이 낮으면서 보험료에는 민감한 30, 40대 고객층을 잡기 위해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주유소, 신용카드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 타깃 마케팅도 고속성장의 발판이 됐다.

물론 시장 여건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른 대형사들의 진출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손해율이 올라 보험사들의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온라인 보험사가 일반상해보험과 장기보험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이카다이렉트 역시 조만간 일반보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허 사장은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그는 “온라인 시장이 발달한 영국은 현재 온라인 자동차보험 비중이 전체의 45% 정도를 차지한다”며 “현재 20% 정도인 한국도 5년 뒤에는 3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 사장의 다음 목표는 하이카다이렉트를 온라인 자동차보험업계 1위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하이카다이렉트는 올해 성장세를 발판으로 9월 말 현재 시장점유율이 16.2%에 이르러 업계 1위(23.4%)와의 격차를 계속 줄여 나가고 있다. 그는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매일 새롭게 변한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정신으로 2013년까지 매출과 서비스 모두에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온라인 보험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허정범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 입사
―1986년 현대해상 과장
―1999년 현대해상 법인영업 담당 이사
―2004년 현대해상 기업보험총괄 전무
―2005년 현대하이카다이렉트자동차보험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