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봉쇄 당한 캄보디아, 태국 前총리 탁신을 고문 영입
양국 대사 소환 등 감정싸움 치열… 태국, 국경 봉쇄 경고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지대에 있는 고대 힌두사원 프레아 비히어. 이 사원은 본래 캄보디아의 영토이지만 높이 500m의 깎아지른 절벽(앞쪽)에 있기 때문에 태국 영토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어 양국 간에 오랜 영유권 분쟁 대상이었다. 사진 출처 헬리콥터스캄보디아
캄보디아 총리가 태국의 전 총리를 무리하게 경제고문으로 기용한 이면에는 태국이 고대 힌두사원에 병력을 배치한 데 대한 보복의 성격이 있다는 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 양국 대사 소환…국경 봉쇄 경고

캄보디아도 주태국 대사에게 본국으로 귀국하라고 훈령을 내리며 맞대응했다. 또 탁신 전 총리에게 적용된 부패 혐의들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며 만약 태국 측이 탁신 전 총리에 대해 본국 송환을 요청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갈등의 불씨는 국경지대 사원
양국 간의 갈등은 접경지대에 있는 고대왕조 힌두사원인 ‘프레아 비히어’의 영유권 분쟁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앙코르 왕조시대인 9∼11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원은 지리적으로 캄보디아의 영토이지만, 캄보디아 쪽은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관광객이 이 사원에 들어가려면 태국 땅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한 세기 전부터 영유권 싸움이 계속됐다. 수면 아래 있던 분쟁이 폭발하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정부가 이 사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부터다. 당시 태국 정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지지했다.
화가 난 훈 센 총리는 지난달 말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탁신 전 총리가 희망한다면 은신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 탁신을 경제고문으로 임명해 태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