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득점·성공률 47% 투혼…대한항공 2연패 끊고 첫승
밀류셰프 김학민 등 주전선수들이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렸다. 경기 전날 훈련에 참가한 선수는 절반에 불과했다. 2연패의 늪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붙잡을 지푸라기마저 없으니 대한항공 진준택 감독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8일 인천시립도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9∼2010 프로배구 V리그’ 우리캐피탈과의 경기. 대한항공은 독감이라는 악재를 딛고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5-21 17-25 15-13)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홈구장에서의 시즌 첫 승. 그 중심에는 김웅진(27)이 있었다. 김웅진은 이날 홀로 20득점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공격성공률 47.2%. 2, 3세트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서브득점을 올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의 몸 상태도 다른 선수들처럼 정상이 아니었다. 7일 저녁부터 감기기운이 있었지만 팀에 아픈 선수들이 하도 많다보니 티 한 번 내지 못한 채 경기에 출장했다.
김웅진이 이토록 투혼을 발휘한 이유는 복귀에 대한 강한 갈망 때문. 그는 지난해 7월 공익소집해제 후 팀으로 돌아왔지만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 포지션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변경해야 했다. “(포지션을)옮긴 후 리시브가 안 돼서 무서웠다”고 고백할 정도로 낯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공익근무를 하며 불어난 몸무게를 10kg 가량 감량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를 앙다물었다. 그리고 올 시즌 첫 승을 올리는데 기여했다.
인천|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