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4만4889시간 이웃의 손발이 되어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 8만여 명 중 가장 오랜 자원봉사 시간 기록(4만4889시간)을 보유한 임영자 씨(오른쪽)가 8일 적십자와 자매결연을 맺은 홀몸노인의 집을 찾아 음식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대한적십자사 서울 송파·강동봉사관 소속 자원봉사자 임영자 씨(66·여·서울 광진구 구의동). 1979년 동네 친구를 따라 우연히 적십자사 봉사활동에 참가한 인연으로 시작한 자원봉사가 8일 현재 4만4889시간을 넘었다. 그는 적십자사에 등록된 8만여 명의 자원봉사자 중 가장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한 사람이다.
“첫 봉사는 국수를 팔아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행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 맡은 일은 설거지였어요. 남들 보기엔 별일 아니겠지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그게 벌써 30년 전 일이네요.”
30년 넘게 봉사현장을 누비다 보니 임 씨의 봉사활동 기록은 현대사의 굵직한 현장들과 맞닿아 있다.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 현장에서는 이산가족을 안내하고 끼니를 거른 이들에게 라면을 끓여 줬다. 가족을 찾는 팻말을 들고 여의도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산가족을 따라 임 씨도 꼬박 밤을 새웠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어요. 가족을 찾아 얼싸안고 우는 사람들의 모습에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면 다시 일할 기운이 났습니다.”
아픈 군인을 태운 군대 병원열차를 타고 청량리를 출발해 부산까지 내려가는 간호봉사도 잊지 못하는 봉사다. 결핵 환자에게 죽을 떠먹이는 일도, 횡설수설하는 정신질환자의 말벗이 돼 주는 일도 임 씨의 몫이었다. 한번 봉사를 나가면 2박 3일씩 집을 비워야 하는 이 일을 한 달에 한 번꼴로 10년 동안 했다.
“지금은 사십 줄인 아들딸이 당시는 중학생이었습니다. 한창 예민한 나이인데 딸아이가 남동생 끼니도 챙기고 엄마 빈자리를 잘 메워줘서 든든했습니다. 남편도 새벽에 봉사활동을 나가면 불평 한마디 없이 손수 운전해서 바래다주곤 했지요.”
3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적십자 자원봉사자 복장은 가운에서 조끼 형태로 바뀌었다. 적십자사 봉사자를 상징하는 특유의 노란색만 그대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동포의 고국 방문(2005년) 때도 임 씨는 이 노란색 옷을 입고 현장을 누볐다. 새터민(한국 정착 탈북자) 정착 지원 봉사도 그가 보람 있게 생각하는 일이다. 새터민이 입주를 앞둔 임대아파트를 깨끗이 청소해 놓고 입주 후에는 수시로 찾아서 남한살이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도와줄 일을 고민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40,000시간 봉사하려면…
주5일 매일 5시간씩 31년동안 꼬박해야 달성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