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곱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 있는데 표현 방식이 세련되지 못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는 능력이 엔진이라면 표현 방식은 변속기입니다. 엔진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엔진에서 나오는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변속기가 시원치 않으면 그 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속기는 엔진과 동격으로 봐도 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특히 자동변속기는 성능에 따라 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나온 ‘쏘나타’ ‘싼타페’ ‘투싼ix’는 구형 모델보다 연비가 10% 이상 높아졌습니다. 엔진의 효율도 좋아졌지만 자동변속기가 업그레이드된 영향도 크다고 합니다. 이들 모델은 기존 4단이나 5단에서 모두 6단 자동변속기로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4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에서 나온 힘을 15% 정도 까먹는데 단수가 높을수록 손실률은 줄어듭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4단에서 5단으로 올라가면 연비가 3%, 다시 5단에서 6단으로 올라가면 2∼3%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4단을 6단으로 바꿀 경우 7∼8%의 연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죠. 현재 나와 있는 변속기 중 단수가 가장 높은 것은 BMW와 렉서스의 8단 자동변속기입니다.
특히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는 엄청난 효율을 자랑합니다. 최근 이런 변속기를 넣은 5종류의 수입차를 잇따라 타 봤는데 BMW의 ‘M3’가 인상적이었습니다. 420마력을 내는 4.0L 엔진이 들어가 있음에도 제법 교통체증이 있는 서울 시내 주행 연비가 L당 7km 가까이 나왔습니다. 4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2.5L 중형 승용차 수준입니다. M3에 들어간 7단 변속기는 시속 60km만 돼도 최고단인 7단까지 올라가 1500rpm 이하의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연료를 아꼈습니다.
그런데 자동변속기와 관련해 자동차업계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변속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기량, 마력, 토크, 회전수, 보어사이즈 등 비교적 정확한 제원이 나오는 엔진과 달리 변속기는 단수와 기어비 외에는 동력전달 효율이나 변속 스피드, 변속 충격지수 등의 정보가 거의 제공되지 않습니다. 자동차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변속기 관련 제원이나 측정 지수를 개발해서 소비자들에게 알리면 어떨까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