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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불신… 무기력… 9연패 전자랜드 이유있는 추락

입력 | 2009-11-10 03:00:00


전자랜드 박종천 감독(49)은 8일 KT와의 인천 홈경기에서 벤치 대신 병실을 지켰다.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에 빠져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탈이 났기 때문이다. 이날도 전자랜드는 KT에 완패해 9연패에 허덕였다. 1승 10패로 최하위.

속이 타 하루에 담배를 6갑 가까이 피우던 박 감독은 최근 아무 이유 없이 98kg이었던 체중이 8kg이나 줄었다. 9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정밀건강진단을 받은 그는 “입원이 선수들에게 작은 자극이라도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206cm의 장신으로 선발한 게 우선 패착이었다. 스피드가 떨어지는 서장훈(207cm)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한 명이라도 빠른 선수를 골랐어야 했다. 전자랜드는 뒤늦게 교체작업에 나섰으나 쓸 만한 선수들은 이미 다른 팀과 계약이 끝난 뒤였다.

허술한 수비도 문제였다. 전자랜드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평균 실점 90점을 넘길 만큼 상대에게 번번이 손쉬운 득점을 허용했다. 게다가 1, 2쿼터 평균 실점이 48점에 이를 정도로 수비진은 초반부터 무기력했다. 지난주 전자랜드와 경기를 치른 한 감독은 “실수를 하고도 히죽거리는 전자랜드 선수들의 표정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자랜드는 12명의 국내 선수 중 이적 경험이 없는 선수는 3년차 안팎의 신예 5명에 불과하다. 팀에서 오래 뛴 고참이 없다 보니 소속감이나 구심점을 찾기 힘들다.

전자랜드의 최고위층은 농구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술 패턴과 선수 선발 등에까지 간섭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여서 선수단이 윗사람 눈치만 본다는 얘기가 들린다. 박 감독의 계약기간과 KT&G 감독 출신인 유도훈 코치의 영입 등을 둘러싼 루머도 팀워크의 저해 요소다.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팀명을 엘리펀츠로 바꿨다. 한번 쓰러진 코끼리는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와 자신감 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