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교육개발원장은 “공부만 잘하고 인성이 부족한 사람을 키워서야 다른 나라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겠냐”며 교육 내용을 개편하는 데 교육개발원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교사평가에 ‘핵심역량 키워주기’ 포함을
“교육 분야만 보면 우리는 선진국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큰 배가 바른 항로로 가고 있는지 고민하는 역할을 하려 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제15대 원장으로 취임한 김태완 원장은 17년 만에 교육개발원에 다시 돌아와 보니 교육개발원의 규모와 업무 모두 무척 방대해졌다고 말했다. 5일 교육개발원장실에서 가진 2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은 교육개발원의 새로운 역할과 모습에 대한 구상의 밑그림을 보여줬다.
“제가 1989년부터 3년간 교육개발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학교로 나간 뒤 교육개발원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업능력개발원, EBS, 평생교육진흥원 등이 독립해 나갔습니다. 독립한 기관마다 나름의 기능을 하는 만큼 우리는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연구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김 원장은 최근 외국어고 문제 등 많은 현안이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 ‘나비 효과’를 거론했다.
“자연현상에서 거론되는 나비효과가 요즘은 사회현상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외고 문제만 해도 예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것인데 정치권에서 한번 거론되고 나니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만큼 엄청난 바람이 됐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해지니까 정부의 합리적인 대처도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외고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정부의 수월성 교육 방침과 배치된다는 논란도 있는데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국이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SAT)보다 고교 내신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고교의 학력이 공개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교 학력이 30년 넘게 감춰져 있어서 입시가 수능 중심이 됐어요. 고교는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사교육은 커졌죠. 고교의 학력을 공개하는 것은 고교와 대학 모두를 위해 필요합니다. 국가도 한정된 재원을 뒤처지는 학교에 지원하려면 고교의 학력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성적 공개가 처음이다 보니 서열화 논란도 있지만 공개가 정착되면 줄 세우기 논란은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우리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앞으로 교육을 통해 어떤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가를 제시했습니다. 4가지 핵심 역량을 꼽았죠. 언어와 숫자 같은 지적 도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 이질적인 집단 내에서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이 핵심 역량입니다. 장기적으로 4가지 핵심역량을 공교육 커리큘럼에 반영하고 교사 평가에도 이런 역량을 잘 키우느냐를 반영해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교육 내용을 바꿔야 합니다. 개발원은 이런 부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