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공무원노조는 그제 서울 여의도에서 조합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노조간부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노조는 결의대회를 마친 뒤 같은 여의도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의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2009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말이 노동자대회이지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관계법 같은 노동과 직접 관련 없는 이슈들도 제기됐고, 심지어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치는 구호도 나온 정치성 집회였다. 이런 자리에 공무원이 동참한 것은 적절치 못한 일이었다.
▷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등 3개 공무원노조로 구성된 통합노조는 이달 3일 민노총으로부터 가맹단체 승인을 받았다. 올해 9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의한대로 통합에 이어 자체적으로 민노총 가입 절차를 완료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정치성 집회 참가였던 것이다. 두 대회가 열린 시간과 장소를 감안하면 우연이라기보다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
▷ 전공노와 민공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법에 금지된 단체행동과 정치활동을 벌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정치성 집회 참석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집회의 성격도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이 통합으로 몸집을 불리고, 더구나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민노총 같은 상급단체에 가입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세력화’와 ‘정치투쟁의 상시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우려를 자아냈다. 이번에 그런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 정부는 얼마 전 불법성(해직 공무원 노조 참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노를 법외노조로 규정했다. 통합노조에 대해서는 ‘아직 설립 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노총 가입은 실효성(實效性)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공노 조합원들이 소속되어 있고 더구나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통합노조의 법적 성격이 어떤 것인지, 또 이들이 민노총 주최 행사에 참가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부의 견해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모든 대응은 법에 근거하면 된다. 그것이 국가의 근본을 바로 세우고 공무원노조에 바른 길을 보여주는 정도(正道)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