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초교 5, 6학년생으로 구성된 또래조정위원들이 회의가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재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뽑힌 이들은 갈등을 조정으로 해결하는 강의를 듣고 인천지법에서 재판과정도 지켜봤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성난 친구들 화해의 악수 나눌때 뿌듯”
2일 오후 3시경 인천 연수구 연수동 연수초등학교 상담실. 학교 로고가 새겨진 흰색 가운을 입은 5, 6학년생 3명이 상담실에 들어섰다. 이들은 학생들 간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임명된 조정위원. 5학년 같은 반에 다니는 신모, 최모, 김모 군이 상담실에 들어와 심각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김 군에게 샤프를 빌렸으나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최 군이 이를 망가뜨린 것 같은데 김 군이 나에게 물어내라고 한다”며 신 군이 얼마 전 조정신청을 낸 것.
5, 6학년 12명 위원 참여
고민-다툼 신청받아 상담
“옳고 그름보다 화해에 초점”
‘조정신청을 낸 신 군은 최 군에게 화를 내지 않고, 김 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또 최 군은 신 군과 화해하고 김 군에게 사과한다. 김 군은 신 군과 최 군이 사과했으므로 샤프를 변상하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
연수초교가 9월부터 학교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운영하는 ‘또래조정위원회’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5, 6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조정위원은 모두 12명. 3명이 한 팀이 돼 조정에 참여하고, 번갈아 팀장을 맡는다.
앞서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믿을 수 있는 친구’,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친구’ 등 10개 항목을 묻는 질문지를 나눠준 뒤 각 항목에 어울리는 학생의 이름을 적게 했다. 5개 이상 항목에 뽑힌 학생을 다시 담임교사가 같은 항목에 대해 평가한 뒤 면접을 거쳐 조정위원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인천지법에서 조정제도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재판과정을 견학했다. 또 가상의 갈등 상황을 놓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의조정위원회를 수차례 열었다.
조정대상은 다양하다. 학용품 훼손에서부터 말싸움, 주먹다짐 등 이 학교 학생들이 겪고 있는 갈등이나 고민은 모두 해당된다. 복도에 있는 ‘조정신청서’를 작성해 신청함에 넣으면 이틀 만에 조정날짜를 잡는다. 신청서가 들어오면 조정위원은 당사자를 미리 만나 상황을 듣는다. 현재까지 5건의 조정신청이 접수돼 위원회를 연 결과 모두 조정이 성립돼 합의서를 쓴 뒤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조정위원들이 생각하는 철칙은 비밀을 유지하는 것. 조정신청자와 이유, 해결 내용 등은 모두 비밀에 부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