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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53회 국수전… 간명한 선택

입력 | 2009-11-11 03:00:00


○ 조한승 9단 ● 김성룡 9단
본선 16강 6국 4보(64∼84) 덤 6집 반 각 3시간


국면의 흐름과 동떨어진 흑 ○를 둔 심리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흑 ○는 끝내기로는 열 집도 안 된다. 좌우의 흑 돌을 연결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백 64로 두니 흑 ○의 체면을 봐서라도 흑 65로 넘지 않을 수 없어 좌상 백은 선수로 살았다.

어느 것을 봐도 도저히 지금 둘 곳이 아닌데 김성룡 9단은 흑 ○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냉철한 판단에 앞서 좌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손이 불쑥 나간 것이다.

이 바람에 백 66의 요처를 빼앗겼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백 66은 전판의 두터움을 좌우하는 급소. 김 9단이 흑 67로 젖혀갔으나 백 68의 끊음에 속수무책이다. 참고 1도 흑 1로 반발하면 백 2, 4가 있어 흑이 망한다. 흑은 73까지 고분고분 참을 수밖에 없다.

백이 두텁다. 약한 돌도 없다. 조한승 9단의 기풍으로 봐서 무리할 리도 없다. 흑으로선 난감한 상황. 백 82가 ‘조한승류’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수. 유리하다고 판단하자 될 수 있는 한 간명하게 국면을 정리한다. 만약 참고 2도 백 1, 3으로 강하게 두면 흑이 4, 6으로 대형 패를 만들어 전기를 마련하려 할 것이다. 참고 2도가 백에게 불리한 그림은 아니지만 조 9단은 복잡한 상황을 피한 것. 이어 백 84로 일찌감치 끝내기에 접어든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