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첼레트 대통령의 일생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고위 장교였던 부친을 따라 세계 이곳저곳 군부대 주변에서 생활했던 그는 스페인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등 5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피노체트 독재정권 하에서 아버지 알베르토 바첼레트 장군이 사망한 뒤 의대생이었던 그는 어머니와 함께 정보기관에 연행돼 한 달간 심문과 고문을 당했다. 이후 호주를 거쳐 동독으로 망명해 그곳에서 의대를 마치고 소아과 의사가 되어 귀국한다.
▷가톨릭국가 칠레에서 이혼녀이고 ‘싱글 맘’이며 낙태를 지지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정치적으로 불리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그는 둘째까지는 이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았지만 셋째는 독신상태에서 얻었다. 2005년 대선에서 중도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를 힘겹게 물리치고 당선됐는데 눈앞에는 금융위기,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고교생 시위, 빈부격차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건설사업, 광산개발 등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사회통합을 위해 유아 공교육 기반 마련에 온힘을 쏟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