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사관 측은 “이번 서한이 미국 의회 내에서 한미 FTA에 대한 상당한 초당적 지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미국 내 한미 FTA 인준을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 대사관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명자 확보를 측면 지원했다”고도 했다.
대사관의 설명은 대체로 옳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FTA 비준의 키를 쥐고 있는 의회를 움직인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당초 목표로 했던 민주 50명, 공화 50명 등 100명의 서명 확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8명은 무시 못할 다수다. FTA 통과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의회 내 기류를 파악하기 위해 서명작업의 진행에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한 작업의 배경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의원들은 현 상태의 FTA를 지지할 수 없으며 행정부는 의회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흠결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따지자면 딱히 상황진전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서한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서한의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해 기대를 높일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의 기류를 냉정하게 판단하여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괄목할 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도 외교적 실패로 볼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