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와 소비자의 정서적 유대를 강조한 광고로 렉서스, 인피니티와 같은 신진 고급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USA투데이에 ‘사진구함’ 광고
몽타주 만들어 고객 감성 잡아
○ BMW
‘아이디어 계층’ 찾아내 공략
심미적 스타일로 어필 성공
세계 자동차 시장은 미국 브랜드의 약세와 일본 자동차의 여전한 강세 속에 우리 자동차가 틈을 비집고 약진하는 판세인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흔들림 없는 전통의 강자가 있으니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다. 고급 차종에서 세 브랜드의 위상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명성만을 등에 업은 채 신진 브랜드들의 격전을 관망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을 잃지 않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특히 벤츠와 BMW는 재편될 시장을 위한 새로운 이미지 론칭을 2004년과 2005년에 발 빠르게 시작했다.
BMW는 도로를 주행하는 통상적인 이미지 대신 자동차의 심미성, 독립성을 강조해 새로운 고객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BMW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먼저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벤츠와 함께 찍은 추억의 사진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광고를 냈다. 소비자들이 보내온 사진들은 벤츠와의 추억이 담긴 빛바랜 사진에서부터 석양을 배경으로 멋진 자태를 뽐내는 벤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보내온 계층도 베이비부머에서부터 X세대까지 폭이 넓었다. 이는 말 그대로 벤츠가 소비자의 생활 속에 들어가 오랜 세월 함께해 왔다는 증거였다. 그 사진들을 몽타주해 광고를 만들었다.
사진 속에 담긴 벤츠와의 감성적 유대감은 벤츠를 사본 적이 없는 계층에까지 전이되기 시작했다. 2004년 캠페인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벤츠의 구매 고려 가능성(brand consideration)이 약 11%나 상승했다. 특히 벤츠로서는 취약했던 X세대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캠페인은 대성공이었다.
BMW의 상황은 이와 조금 달랐다. 2005년까지 BMW는 꾸준히 판매가 늘었고 해결해야 할 특별한 이슈도 없었다. 그런 상황임에도 BMW는 핵심 고객층은 지키면서 BMW에 관심이 없던 새로운 고객층을 사로잡을 새로운 캠페인을 GSD&M과 추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야 했는데 통상적인 방식은 멋진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BMW의 새로운 자태를 연출해 고객층의 감성을 흔드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보는 자동차 광고 디자인의 전형이다. 그러나 GSD&M은 다른 방식을 취했다. 먼저 BMW의 주 고객층을 다시 규정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업은 ‘창의적 계층’이란 용어를 개발한 리처드 플로리다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창의적 계층은 급속하게 성장한, 교육수준이 높고 지불능력이 좋은 미국의 특정 계층을 일컫는데 진보적이고 공학적 지식에 관심이 많으며 사고력이 높고 적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지상현 한성대 교수·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psyj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