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 박사의 부인이자 종기치료제의 대명사로 불린 ‘이명래고약’을 대량 생산했던 명래제약의 창업주 이용재 여사(사진)가 12일 오후 7시 반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이명래고약은 1906년 프랑스 선교사인 드비즈 신부로부터 서양 약학을 배운 이명래 선생(1850∼1952)이 한방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고인은 선생의 막내딸이다. 경성여의전을 졸업하고 내과 의사로 활동하던 고인은 1956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명래제약을 설립해 이명래고약을 대량 생산했다. 이 약은 종기나 다래끼 등 피부질환이 생겨도 치료할 항생제가 부족했던 1970년대까지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다. 명래제약은 경영난으로 2002년 문을 닫았고, 최근 한 제약회사가 판권을 인수해 이명래고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고인의 아들 유종 씨(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1983년 프랑스 대사와 식사할 때 ‘지금도 병원 여시나요?’라는 대사의 질문에 어머니는 ‘예, 병원 환자는 남편 한 명입니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금실 좋은 부부였다”고 말했다. 유 씨는 “어머니는 전통을 유지하고 싼 가격으로 좋은 약을 공급하는 데 뜻을 두셨다”며 “2002년 명래제약에서 손을 떼신 이후로는 연세가 많아 특별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족으로 유종 씨와 유완 전 연세대 교수 등 2남 4녀가 있다. 발인 15일 오전 9시,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302호). 02-923-4442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