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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물밑협상 ‘현재진행형’?

입력 | 2009-11-14 03:00:00

‘싱가포르 비밀접촉’ 임태희-김숙-이상득 說說說… 정부 묵묵부답 왜
출국사실 부인하던 임태희, 싱가포르行알려지자
“통화스와프 전문가 만났다” 소식통 “주무부처 논의 중”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각종 설(說)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북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정부가 구체적 설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싱가포르에서 접촉한 인물로 그동안 국내외 언론에 거론된 인사만 이상득 의원 등 벌써 10명에 이른다. 13일에도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숙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17∼19일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부장과 원동연 부부장을 만났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의 한 측근은 “지난달 17일에는 저녁 늦게까지 의원회관에 있었다. 날짜부터 다르기 때문에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임 장관은 지난달 17일 측근들과 현안을 논의한 뒤 다음 날인 18일 싱가포르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장관 측은 싱가포르에 간 이유에 대해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일본 자민당 의원으로부터 소개 받은 통화스와프 전문가를 만났다”며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장관도 일절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정치권은 임 장관이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북측 인사를 만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 장관이 과거 경기 파주시 북부 비무장지대에 경제특구를 조성하자는 통일경제특구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나 북한 금강송 수입을 위해 북측 인사와 접촉을 시도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임 장관 이외에도 지금까지 여러 인사가 비밀 접촉의 당사자로 거론됐다. 이명박 정부 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국정원의 원세훈 원장과 김숙 1차장, 주호영 특임장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이기택 수석부의장과 김대식 사무처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김덕룡 대표상임의장,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등이 지목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실 무근” 또는 “싱가포르에 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의 모든 대화를 투명성 있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를 두고 정상회담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13일 “이번 정상회담 논의는 북한이 먼저 제의했고 정부는 초창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치권을 대북접촉 라인으로 내세웠다”며 “지금은 국정원과 통일부 등이 이를 넘겨받아 (정상회담 논의를)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지금은 주무 부처가 맡는 단계에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