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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날로 뛰는 조망권 가치… 가장 비싼 풍경은

입력 | 2009-11-16 03:00:00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60층 이상에서 접하는 야경은 검은 벨벳천 위에 다이아몬드를 뿌려놓은 듯하다. 마치 착륙하는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조망권과 비슷하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S라인’ 한강조망권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풍경이다. 올해 아파트 최고 공시가격을 기록한 용산파크타워 펜트하우스는 천장 높이가 4m라 밖으로 보이는 면이 넓고 남산, 한강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조망권이 일품이다. 부산 해운대와 달맞이 고개, 광안대교가 조망 가능한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들도 바로 이 조망권 덕에 잘 팔리고 있다.

홍콩, 상하이, 런던을 비롯한 세계 곳곳 고급 고층아파트들이 일반인의 상식을 넘어선 아파트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단연 ‘조망권의 가치’ 덕분이다. 2000년대 들어 수조 원을 가진 거부들이 탄생하면서 희소성과 감탄할 만한 조망권을 지닌 주택들의 몸값도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아파트에 산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었다. 아파트 거실에서는 대개 앞 동 아파트가 보였고 앞 동의 아파트 뒷면을 바라보는 조망권도 고급스러운 조망권에 속했다. 그러던 것이 10년 전부터 거실에서 강과 산, 도시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아파트나 앞에 다른 동이 없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아파트 설계도면을 병풍식에서 탑상형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북향이나 서향이라도 좋은 조망이 있는 곳으로 거실 방향을 틀어 설계하기 시작했다. 주택을 매매할 때도 앞이 막힌 집은 앞이 트인 집보다 싸게 팔아야 하거나 매매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는 시대가 됐다.

가장 선호되는 풍경은 역시 강 조망권이다. 서울에서도 한강다리가 내려다보이고 유람선과 윈드서핑을 하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한강변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싸다. 다음으로 선호되는 조망권은 남산, 대모산, 구룡산, 청계산, 광교산 등의 산 조망권이고 그 다음이 고층 빌딩이 늘어선 도시의 풍경이다. 일반적으로 산 조망권은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인기가 좋지만 오로지 산만 보이는 주택은 밤이 되면 보이는 것이 없어 도시의 건축물과 산이 반반씩 섞인 조망권이 추천대상 1호다.

공원과 호수 조망권도 인기 있는 조망권이다. 서울의 용산공원과 올림픽공원, 서울숲, 신도시들의 중앙공원과 호수공원 주변 아파트들이 지역 내 최고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10년 후 서울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형성할 빌라나 아파트의 조망권은 한강과 용산민족공원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조망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향’이다. 남향인데 조망이 없는 집과 북향인데 멋진 조망이 있는 집을 두고 투표를 하면 선호는 여전히 반반으로 갈린다. 그만큼 향의 선호도도 만만치 않은 주거 선택의 기준이라는 결론이다. 향은 일조와 채광에 영향을 미치고 난방 및 단열, 건강과도 직결된다. 햇빛은 정서의 순화뿐 아니라 뼈엉성증(골다공증), 우울증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향의 선호도는 남향, 남동향, 남서향, 동향, 서향, 북향 순이다.

일조권, 통풍권, 조망권 등의 환경가치가 중요시되면서 조망권의 침해는 곧바로 분쟁과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법원은 최근 “조망권의 보상금액은 집값의 20%”라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주거의 쾌적성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이에 대한 판단 기법도 발달하는 만큼 조망권의 가치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